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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존 코인 대규모 상폐?…증권규제는 가상자산에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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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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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토큰 증권’ 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새로운 자금조달 시장이 열리는 데 대한 기대가 높지만, 업계에서는 규제의 명확성과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들을 보호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육성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줄타기’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 토큰 증권 뛰어들까…금융권 “수지타산 고민”

6일 금융위원회의 토큰 증권 규제방안을 보면, 이번 발표는 가상자산 중에서 증권의 성격이 있는 ‘토큰 증권’의 발행을 제도권 안에서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있다. 앞으로는 분산원장(DLT) 기술을 증권의 새로운 발행 방식으로 인정해 다양한 토큰 증권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겠다는 것이다.

제도권 안의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전자증권법 등의 개정이 이뤄지면, 지적 재산권이나 사업 수익에 대한 청구권 등 다양한 권리를 증권화해 합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토큰으로 쪼개 화제가 됐던 뮤직카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는 손익을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증권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는 얘기는 그만큼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토큰 증권’은 다른 증권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상 각종 투자자 보호 규제를 적용받는다.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가 의무화되고, 비인가 거래소에서의 유통 등도 모두 금지된다.

때문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보다 규제 준수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토큰 증권의 발행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비용 대비 성과가 별로일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며 “시장 상황이 나쁜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당근을 꺼내 들었다. 일단 증권사를 통해 장부에 등록해야 하는 기존 증권과 달리, 토큰 증권은 발행인이 직접 분산원장에 증권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시 부담이 없는 증권의 범위도 넓혀준다.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소액공모 한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감사보고서를 첨부하는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한 경우에 한해서는 소액공모 한도를 100억원까지 높이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토큰 증권의 사모 발행은 금지하기로 했다.

■ 증권성 논란에…기존 가상자산 업계도 혼란

기존 가상자산 업계에도 혼란이 퍼지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담겼는데 이 기준이 모호한 탓이다.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된다면 자본시장법상 가장 포괄적인 개념인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에서 투자계약증권의 법상 요건 5가지와 사례 2가지를 명시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투자계약증권 발행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업계 입장에서는 선례를 참고하기도 어렵다.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사전 검토한 후 거래지원(상장)을 하고 있다”면서도 “(가이드라인 발표로 인해)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가 될 종목이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판단되면 업비트(두나무)처럼 인가받지 않은 거래소에서는 유통될 수 없다.

금융당국으로서는 향후 사례를 통해 증권성 판단 기준을 정립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례를 바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오랫동안 형성된 논의가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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