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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튀르키예 대지진, 200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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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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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터키) 남부에서 6일 새벽(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인접한 시리아와 함께 2000명 가까이 숨졌다.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고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에서는 1999년 8월에도 북서부 이즈미트 지방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1만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진은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 서쪽으로 약 37㎞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진의 발생 깊이는 24㎞로 관측됐다. 15분쯤 후엔 인근에서 규모 6.7의 여진이 발생했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첫 지진 이후 이날 70여 차례 여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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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키르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소녀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오후 1시24분엔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 인근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가 밝혔다. 튀르키예 지진의 진원 깊이는 10㎞라고 EMSC는 분석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카흐라만마라슈 지진은 가지안테프 지진의 여진이 아니라 별개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새벽 4시에 덮친 강진, 건물 수천채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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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건물이 붕괴하자 황급히 대피하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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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13만 명으로 튀르키예에서 여섯째로 큰 도시인 가지안테프는 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10층 넘는 고층건물 수 채가 무너지고, 아스팔트 도로가 아래로 꺼지는 등 지진 피해 영상이 올라왔다. 2000년 전 로마제국이 건설한 가지안테프성도 무너졌다. 새벽잠에 빠져 있던 시민들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변을 당했다.

튀르키예 국영방송은 지진 사망자가 최소 1121명, 부상자가 7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건물 2818채가 무너져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 당국은 알레포·하마·라타키아 등 정부 관할 지역에서 최소 430명이 숨지고, 128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인구 약 460만 명의 시리아 북서부는 대부분 반군 통제하에 있다.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트위터를 통해 반군 장악 지역에서 최소 380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얀 헬멧은 “수백 명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다”고 했다.


CNN은 USGS 보고서를 인용해 전문가들이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가 1000~1만 명에 달할 확률이 47%라고 예상했다. 이는 해당 지역의 과거 지진 사례와 구조물의 취약성 등을 기반으로 추산한 수치다. 보고서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재난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튀르키예가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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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각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진 피해 지역엔 한국 교민 1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교민은 경미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시리아 남서쪽 국경과 인접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터키 남쪽 키프로스섬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모하마드 엘 차마는 “갑자기 건물 전체가 흔들렸고 4~5분 동안 지속했다”고 전했다. 건물 붕괴 피해 발생 지역의 범위는 시리아 서부 하마, 북부 알레포부터 튀르키예 디야르바키르까지 330㎞에 달했다. USGS는 “이번 지진은 약 3만 명이 사망했던 1939년 12월 튀르키예 북동부 에르진잔주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규모 7.8)과 같은 위력”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지원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지진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지원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영국·프랑스·이스라엘·네덜란드·스웨덴·러시아·인도·우크라이나·세르비아 등도 구호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란과 튀르키예에서 연이어 발생한 재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북서부 지역에선 지난달 29일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다쳤다.

유라시아판·아프리카판·아라비아판 사이에 낀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진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진대 중에서도 활동이 왕성한 ‘아나톨리안 단층대’ 위에 있어 국토의 42%가 지진대에 해당한다. CNN은 “최근 25년 동안 규모 7 이상 지진만 7차례에 달했다”고 전했다.

가지안테프는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있어 지진이 빈번했던 북아나톨리아 단층대가 지나는 튀르키예 북서부에 비해 대규모 지진이 적었던 편이다. 그러나 1882년 8월 13일 이 지역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해 시리아 알레포 등에서 7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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