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美서도 공짜폰 된 갤럭시S22 “삼성, 프리미엄 전략 강화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갤럭시S22 공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변지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갤럭시S23이 출시되면 조금 더 할인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다려보세요.”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AT&T 매장. 100㎡(30평) 남짓 규모의 매장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 구글과 모토로라 등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할인 마케팅을 하는 모델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2뿐이었다. 미국에서 갤럭시S23 사전 예약이 시작되면서 전작인 갤럭시S22 모델에 대해 막바지 재고 할인을 하는 것이다.

이 매장에서는 매월 75달러를 지불하는 통신 요금제를 선택하면 갤럭시S22 기기를 공짜로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갤럭시S21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기기를 반납할 경우 갤럭시S22 기깃값에서 800달러를 할인해준다. 결국 400~500달러만 내면 갤럭시S22 새 기기를 살 수 있다. 반면, 이 매장에서 애플 아이폰은 판매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이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갤럭시S22 할인을 시작한 지는 몇 달 됐다”며 “갤럭시S23 출시를 앞두고 이전 모델 할인을 시작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갤럭시S23이 출시되면 갤럭시S22는 더 할인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미국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판매하는 휴대전화 종류. 갤럭시 A시리즈와 모토로라 등 여러 스마트폰이 있지만 애플은 저가 모델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다. /변지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매장 이외에도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또 다른 AT&T 매장을 비롯해 전자제품 소매 업체인 베스트바이, 타겟 등의 매장을 세 군데 더 들렀다. 통신 대리점이 아닌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갤럭시S22 할인폭이 정가 대비 100달러 수준으로 적었으나 대신 요금제 약정은 없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타겟 매장에서는 갤럭시S22 128GB 모델을 통신사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모두 699.99달러에 판매 중이었다. 베스트바이와 타겟 매장에도 애플 제품은 없었다.

베스트바이 온라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갤럭시S22 시리즈 중 몇몇 모델은 할인폭이 매우 큰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대 갤럭시S22 울트라 128GB 모델은 정가보다 400달러 할인된 799.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갤럭시S22 플러스 128GB 모델 가격은 275달러 할인된 724.99달러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할인폭은 20~40달러 수준으로 갤럭시 시리즈에 비해 적은 편이다.

애플이 통신 대리점이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아이폰 시리즈 등 전자기기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판매 가격 400달러 이상)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60%를 차지했다. 2022년 상반기에도 애플은 점유율 57%로 1위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17%, 19%로 애플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관련 매출이 애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2년 4분기 기준 아이폰 매출은 658억달러(약 82조2000억원), 삼성전자 MX사업부 매출은 26조9000억원이었다. 3분기에도 애플은 아이폰으로만 426억달러(약 5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반면, 삼성전자 MX사업부의 매출은 32조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쫓아오고 경기 침체 때문에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 판도가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미국 전자제품 판매점 타겟에서 갤럭시S23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모습. /변지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사례를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99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에 갔다가 삼성전자 TV가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고, 귀국하자마자 임원들을 불러 혼쭐을 냈다. 당시 이 전 회장이 임원들에게 2, 3등 회사는 미래가 없으니 앞으로 일류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질책한 사례는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 전 세계 TV 순위 꼴찌에서 2007년 1위로 올라섰고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신제품인 갤럭시S23 시리즈도 베스트바이나 타겟 같은 전자제품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은 물론 일종의 할인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한국보다 1주일 빨리 갤럭시S23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사전 예약을 하는 소비자에게는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제공하고 용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준다. 전에 쓰던 기기를 반납하면 125달러를 할인해 총 360달러 상당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베스트바이 홈페이지에서는 베스트바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 카드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등 최대 780달러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