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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00조 퇴직연금에 날개… 나도 연금부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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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위험등급 따라 펀드 1~3개 편입

259개중 220개 상품에 펀드 포함… 자산 자동배분 TDF 편입 165개

설정액 1위 미래에셋이 43% 차지… 4월 공시후 각 기업체서 규약 반영

자신의 투자성향 고려 상품 골라야… 실제 가입은 하반기부터 가능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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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259개 상품 어떻게 정했나
2. 직장인의 상품 선택 기준
3. 세대별 맞춤 구성 전략
《2023년 계묘년(癸卯年). 직장인들은 연초부터 토끼처럼 힘차게 뛰고 싶지만 자꾸만 간이 콩알만 해진다. 대출금리는 높은데, ‘난방비 폭탄’에 공공요금 인상 등 우울한 소식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든든하면 노후 불안이라도 덜어내련만,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1∼2%(최근 5년 기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미래가 걱정되는 직장인이라면 올해 퇴직연금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수익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이란 말 그대로 ‘자동 선택’된다는 뜻.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든 가입자가 해당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따로 지시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방식대로 사업자(운용사)가 대신 운용해주는 제도다. 해외에서는 ‘연금 부자의 비결’로 불리는 디폴트옵션을 3회에 걸쳐 알아봤다.》

●퇴직연금 수익률 높일 절호의 기회

디폴트옵션은 2021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지난해 주요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새 법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는 사용자와 가입자에게 제시할 사전지정운용방법을 마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고용부와 금융감독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승인 작업이 마무리됐다.

국내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이유는 간명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수익률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말(255조5000억 원) 대비 15.7%가 늘어난 295조6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89%가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DC형의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지난해 1.34∼2.70%였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은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6∼8%인데, 일찌감치 도입한 디폴트옵션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DC형 퇴직연금인 401k의 2010∼2020년 수익률은 연평균 8.6%에 이른다.
●승인된 상품 절반 가까이가 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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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39개 퇴직연금사업자가 총 318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신청한 결과, 최종적으로 259개의 상품이 승인받았다.

최종 승인된 상품들은 예금과 같은 윈리금보장형 상품 또는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220개 상품에는 1∼3개의 펀드가 포함돼 있다. 아무래도 예금이나 적금으론 수익률을 높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자는 1개의 원금보장형과 저·중·고위험으로 구분되는 각 3개의 원금비보장형까지 모두 10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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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연금 상품을 사업자별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눈에 띈다. 원리금보장형을 제외한 220개 상품에 편입된 회사별 펀드 개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30개로 가장 많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이 41개, 한화자산운용이 37개, 키움투자자산운용이 27개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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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배당형 상품에 편입된 펀드 종류 중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크게 눈에 띈다. TDF는 투자자가 미리 정한 은퇴시점에 맞춰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투자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를 일컫는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DF 시장에서 43%로 시장점유율(설정액 기준) 1위다. 또 220개의 실적배당형 디폴트옵션 상품 가운데 165개에 TDF가 편입됐는데, 개수 기준으로 미래에셋(43%)이 가장 많으며 한화(12%) 삼성(10%)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기업체 규약 반영한 뒤 가입자가 선택

고용부는 디폴트옵션 상품 승인 뒤 올해 1분기 기준 적립금액과 운용성과 등 상품에 대한 주요 정보를 반영해 4월에 공시할 예정이다. 이후 기업체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한 디폴트옵션을 근로자(가입자) 대표의 동의를 거쳐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한다. 그런 다음 가입자는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금융사로부터 디폴트옵션 상품 운용구조 등을 포함한 정보를 제공받아 금융사가 제시한 디폴트옵션 상품 1개를 지정하면 된다. 기업마다 규약 반영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대략 올해 하반기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구체적으로 원리금보장형 외에도 TDF와 밸런스펀드(BF·주식과 공사채 보유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해 투자하는 증권투자신탁), 사회간접자본(SOC)펀드 등이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는 고위험의 경우 TDF와 BF 위주로 구성하고, 중·저위험은 여기에 정기예금 등을 혼합한다. 가입자는 이를 두루 살핀 뒤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적절한 상품을 지정해 둘 수 있다.

“전략배분TDF 등 설계 차별화… 해외투자 역량 지속강화 결실”

130개 최다 상품 편입 미래에셋운용
류경식 연금마케팅부문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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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59개로 최종 승인한 디폴트옵션 상품 리스트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약진이 인상적이다. 원리금보장형을 제외한 220개 상품 가운데 130개에 이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가 편입돼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부문 대표에게 디폴트옵션 시대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들어봤다.

―최종 승인 결과에서 미래에셋의 실적이 월등하다.

“TDF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차별화된 관점으로 상품을 개발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대표적 사례가 미래에셋전략배분TDF다. 기존 리스크-리턴 관점에서의 자산 배분이 아니라, 투자자산의 수익 관점에서 전략별 분산투자를 실시한 상품이다. 이는 우수한 위험조정수익률(수익 과정에 포함된 모든 위험을 고려하는 수익률)로 가치를 증명했다고 본다. 고객 친화적 마케팅을 지속해온 마케터들의 활동이 성과를 내는 데 힘이 됐다.”

―오랜 기간 퇴직연금 상품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미래에셋은 2005년 국내 처음으로 해외투자펀드를 출시했다. 해외투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미래에셋TDF는 국내 투자자를 위한 글로벌 자산 배분 역량을 하나로 모은 연금펀드라 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운용 모델을 바탕으로 전국 지방 지점까지 아우르는 연금펀드 교육도 실시했다.”

―승인 과정에서 미래에셋만의 공략법이 있었나.

“고용노동부 승인 과정에서 장기적 성과나 손실 가능성 등 정량적인 평가와 함께, 자료의 적시성 및 회사 운용 시스템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 설계는 물론이고 전략적인 마케팅, 우수한 위험 조정 성과가 어우러지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디폴트옵션 이후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그간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해외운용사의 상품을 들여와 단순하게 재판매 혹은 위탁 운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앞으로 전체적인 틀 자체가 변해야 한다. 국내 금융 산업계도 고용 및 자산운용 환경에 부합하는 역량 강화를 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도 변동성 높은 시장 환경에서도 펀드 운용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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