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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죽은 엄마와 탯줄로 연결된 채 구조된 신생아...지진 잔해 속 '슬픈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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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산모는 지진 잔해에 깔린 채 출산
아기만 남겨두고... "직계 가족 전원 사망"
한국일보

지난 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 마을의 어린이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신생 여아가 치료받고 있다. 이 신생아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밑에서 태어난 지 3시간 만에 구조됐다. 아프린=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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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으로 붕괴된 시리아 건물 잔해 속에서 신생아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어머니는 바로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는 건물 잔해에 깔린 채 아이를 출산했고, 멍투성이의 아이는 태어난 지 3시간 만에 구조됐다. 구조된 순간까지 어머니와 탯줄로 연결돼 있었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는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인 6일 시리아 서북부 도시 진데리스의 건물 잔해 사이에서 발견돼 구조됐다. 이 신생아의 친척인 칼릴 알 스와디씨는 “땅을 파는 동안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기온이 영하였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구조 직후에 현장을 지켜보던 한 여성이 탯줄을 끊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어머니와 영영 이별한 것이다. 아이 몸 전체엔 타박상과 열상이 있었다.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져 저체온 증세를 보였다. 알레포주(州)의 어린이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상태가 극적으로 호전됐다.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건강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이를 치료한 의사 하니 마루프씨는 “아이 상태를 보니 구조되기 3시간 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마지막 생명을 다해 출산한 직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의 가족은 전부 희생됐다. 친척인 스와디씨는 AFP통신에 “아이는 (직계가족 중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며 “아이의 부모와 형제자매 네 명, 이모의 시신을 몇 시간 동안 수습했다”고 했다.

아이의 구조 장면을 담은 짧은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폐허가 된 건물을 헤치던 포클레인 뒤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황급히 뛰어나오고 다른 남성이 담요에 아이를 감싸 안는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이번 지진이 남긴 가장 극적인 순간이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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