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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인도 처음 본다...조선 대표화가 장승업의 대작이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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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러 황제에게 보낸 선물 127년만에 공개
나전칠기농·장승업 그림 등
학계보고안된 희귀본도 포함
4월까지 모스크바서 특별전


매일경제

고종황제 [사진 제공 = 국립고궁박물관]


고종(재위 1863∼1907)이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외교 선물로 보낸 조선 4대 화가 장승업의 그림과 나전으로 만든 이층농 등 최고 수준의 유물이 127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가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열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1896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맞춰 전달한 고종의 선물 총 17점 중에서 5점을 선보인다. ‘흑칠나전이층농’ 1점과 장승업(1843∼1897)이 그린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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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선물들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경복궁을 벗어나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거처를 옮겼던 고종이 당시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파견해 전달한 물품이다. 공사의 수행원으로 대관식에 함께 한 윤치호(1866∼1945)의 일기를 통해 선물이 언급된 적은 있지만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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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러시아 황제에게 보낸 외교선물로 127년 만에 처음 공개된 흑칠나전이층농 [사진 제공 = 국외소재문화재단]


특히 주목받는 유물은 검은 바탕에 정교한 장식으로 화려한 ‘흑칠나전이층농’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약 2년간 보존처리 비용을 직접 지원해 유물이 온전하게 복원되도록 돕고 전시까지 이어지게 했다. 이 농은 하단에 나전(전복이나 조개껍데기를 갈고 문양을 올려 옻칠을 붙이는 공예기법)으로 해, 달, 학, 거북 등 십장생(十長生)을 표현해 황제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재단 측은 “19세기의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엔 1920년 일본에서 실톱이 도입돼 나전공예에 ‘끊음질’ 기법이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보다 30여 년 앞서 이 기법이 정교하게 적용된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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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업의 ‘고사인물도’중 취태백도 [사진 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번에 공개된 장승업 작품은 학계에도 보고된 적이 없던 것들이다. 세로 길이가 174.3㎝에 달해 조선 4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 작품 중에서도 희귀한 대작이다. 총 4점으로 구성된 그림에서 노자와 이태백의 일화를 담은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두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 측은 “각 작품에는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붙인 것이 장승업 작품으로는 처음 확인돼 희귀하다”며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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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업의 ‘고사인물도’중 노자출관도 [사진 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백동향로 2점은 지난 2010년경 국내에 사진으로 알려졌던 것이다. 사각 향로에는 ‘향연’(香煙·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 둥근 향로에는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을 새겨 축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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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러시아 니콜라이 황제에 외교선물로 보낸 백동향로 [사진 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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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고 이를 전시로까지 연결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복원 지원 등 문화교류는 이어가 전시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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