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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대장동 일당 녹취록·진술 안 통했다…곽상도 뇌물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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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통해 돈 달래, 골치아파" 뇌물 증거 안돼
'금액 많지만 문제 없어' 유리한 증언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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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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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50억 퇴직금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장동 의혹의 '스모킹건'으로 불린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과 남욱 변호사의 증언 등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심리가 진행 중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 전 의원에게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핵심 혐의인 아들의 퇴직금 관련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알선수재)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모 씨가 받은 성과급·퇴직금에 뇌물 범죄의 성립 요건인 직무 관련성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이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해 무산을 막고, 대가로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가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초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정 회계사의 녹취록 속에는 '대가성'이 나타났다. 2020년 4월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는 정 회계사와 대화를 나누며 "사람들 욕심이 참 많다. OO(곽 전 의원의 아들) 아버지는 아들 통해서 돈 달라 한다"라고 토로했다. 정 회계사가 "형님(김 씨)도 골치 아프겠다"라고 위로하자 "응, 형은 골치 아파"라고 답했다.

컨소시엄에 도움을 준 대가로 풀이될 만한 법정 증언도 존재한다. 녹취 당사자인 정 회계사는 지난해 4월 27일 공판에서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로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5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이때 곽 전 의원은 "왜 거짓말하느냐"라고 소리를 질러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남욱 변호사 역시 지난해 5월 25일 공판에서 2015년 3월 하순 이후 김 씨로부터 '곽 전 의원을 통해 하나은행 문제를 해결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업 공모 전 하나은행이 호반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곽 전 의원이 막아줬다는 취지다.

남 변호사는 "김 씨가 '호반건설이 김정태 당시 하나은행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해 (화천대유와의) 컨소시엄이 깨질 뻔했는데,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회장에게 전화해서 막아주셨다'라고 했다"라고 기억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막았다고 들었느냐'라고 되묻자 남 변호사는 "(김 씨가) 그렇게 말했다. 통화를 했다는 취지였다"라고 답했다. 2년 뒤인 2017년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곽 전 의원이 돈을 요구했다가 김 씨와 다투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를 통해 곽 전 의원과 김 씨 사이 언쟁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사전에) 약속된 돈을 요구하는 걸로 보기는 어렵다"며 "김 씨가 곽 씨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공소사실이 뇌물과 알선수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지난해 6월 15일 공판에서 녹취록 속 자신의 진술을 "허언이었다"며 번복한 점도 무죄 판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같은 해 11월 30일 결심 공판에서도 "동업하는 동생들에게 회사 운영비 비용 등을 공통비 명목으로 부담시키면서 한 말이 끝없는 오해와 오해를 낳았다"며 거듭 허언임을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남 변호사의 증언만으로는 혐의 입증의 벽을 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남 변호사의 증언은 대장동 의혹의 본류 격인 유 전 본부장 등의 재판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어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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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김만배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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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곽 전 의원은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무죄 부분과 관련해 "생각한 대로 나왔다"며 "1년이 넘는 공판 기간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직원에 대해 성과급을 줬다고 했지, 저와 관련한 뇌물이라고 진술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법정에 선 화천대유 관계자들은 대부분 곽 씨의 성과급 금액이 많긴 하지만, 문제점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뇌물 공여자로 함께 기소된 대주주 김 씨는 "금액이 큰 건 맞지만 당시 사업이 크게 성공해 다른 임직원에게 막대한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조카처럼 아끼던 곽 씨가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게 돼 보상해야겠다고 생각해 많은 금액을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는 "곽 씨가 퇴직을 결정한 뒤 (곽 씨의) 몸이 아프니 위로금을 추가로 주는 게 맞는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몸이 아파서 그만두는데 액수를 추가로 주는 게 맞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화천대유 이사 박모 씨 역시 "오너(김 씨)가 결정할 문제라 '통이 크신 분이구나' 이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선고 직후 "객관적인 증거 등에 의해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 전부터 시작된 '녹취록 공방'은 항소심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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