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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지방대 의대생 43% 수도권 취업…지역인재조차 서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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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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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의 의학계열 전공자 10명 중 4명은 졸업 후 수도권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의약학계열 지역인재 의무 선발 비율을 40%로 확대하는 등 우수 학생을 지역에 정주시키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지방대 의학계열(의학·치의학·한의학 등, 대학원 제외) 졸업자 중 근무지가 확인된 1만3743명 가운데 5923명(43.1%)이 지역을 떠나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전형 선발자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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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강원, 충청 등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 졸업생일수록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강원도는 2439명 중 1674명(68.8%)이 의학계열 졸업 후 수도권에 취업했다. 강원도 내에 취업한 졸업생은 368명으로 15.1%에 불과했다. 충청도도 3620명 중 1901명(52.5%)이, 경상도와 전라도는 10명 중 3명꼴로 수도권에 취업했다.

지역인재전형 입학생조차 졸업 후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전라도 지역의 한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신·편입학해 2021~2022년 졸업한 학생 36명 중 7명(19.5%)이 서울로 취업했다. 경상도의 한 의과대학도 2018~2022년 졸업한 지역인재전형 신·편입생 92명 중 14명(15%)이 수도권으로 거취를 옮겼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다. 2028학년도부터는 ‘비수도권 중학교 및 해당 지역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로 자격 요건이 강화된다. 지방 출신이 아닌데도 의대 진학을 위해 고교만 지방으로 옮기고, 졸업 후엔 지방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의대 중도 이탈 74%가 지방대…“의대도 대학간판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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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방 의대는 수도권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자퇴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대학정보공시 자료에 따르면 의대 중도 이탈 학생 수는 2020년 185명에서 2022년 203명으로 늘었다. 최근 3년간 의대 중도 이탈 학생 중 74.2%(416명)가 지방대 출신이다. 의대는 중도 이탈 사유 90% 이상이 자퇴다.

비수도권 의대 자퇴 후 서울의 한 의대에 다시 입학한 A(21)씨는 “환자들도 서울 의대 출신 병원을 선호하니 선배들조차 ‘가능하면 반수 해서 서울 가라’고 할 정도였다”며 “지방에서 개원해 잘 살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으로 가고 싶을 때 받아주는 곳이 없을 것 같아 지금 바꾸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늘면서 지방 의대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한 의대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은 288.9점(국·수·탐 환산점수)으로 일반전형 합격선(294.6점)보다 5.7점 낮다. 대부분 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의 합격선이 낮고, 경쟁률도 낮은 편이다.



“외국은 지방 개원 시 보조금 지급…유인책 마련해야”



지역별 의사 수 차이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은 4.7명인데 반해 경북은 2.1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10년 전인 2011년 서울(3.5명), 경북(1.8명) 격차보다도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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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상도의 한 의대 교수는 “과거엔 자격증만 있으면 되니까 대학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의사도 개업이나 취업할 때 대학 간판이 중요해졌다”며 “서울 명문대 학생이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한다는데, 의대 내에서도 수도권·지방 평판도 차이가 커졌다”고 했다. 또 다른 경상도의 의대 교수도 “KTX로 4시간이면 서울까지 갈 수 있으니 응급을 제외한 환자 대부분이 서울에서 진료받고 싶어한다”며 “지방의대에 대한 평판이 낮아질수록 수도권 의사·환자 집중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선 좀 더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외국의 사례처럼 의료 취약지에 의사들이 공동 개원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간호사 등 보조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의사가 지역 근무를 꺼리는 이유, 현재 및 장래의 지역 의료 수요 등을 정확히 파악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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