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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SPO 피플]'日-유럽 경험' 박주호의 한탄 "한국 환경 여전히 열악, 더 발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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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일본과의 차이는 이미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한 라이벌' 한일 축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란히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기쁨을 누렸지만, 세부적인 면을 파고들면 사정이 다르다. 한국이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 사단에 4년 넘게 몸을 맡겨 해낸 것이라면 일본은 자국인 모리야스 하지메의 일관성 있는 지도력이 유럽 전반에 진출한 선수들이 고른 역량과 시너지를 냈다.

이 때문에 월드컵 이후 일본 축구 환경과 체계에 대한 부러움이 계속 쏟아졌다. 벤투 감독을 보좌했던 최태욱 전 코치는 한 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와 한일 축구의 환경적 차이를 냉정하게 평가했고 김민재(나폴리)는 선수들의 유럽 진출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일본이 부럽다"라는 섹시한 소감을 남겼다.

2009년 일본 J리그 미토 홀리호크에서 프로에 데뷔해 가시마 앤틀러스, 주빌로 이와타를 거쳐 2011년 FC바젤(스위스)을 통해 유럽과 인연을 맺은 멀티플레이어 박주호(36)도 일본 축구 환경은 한국보다 더 낫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나은이 아빠'로 알려져 있지만, 축구 선수로서 그가 지나온 길을 살피면 절대 가볍지 않은 존재다.

박주호는 바젤을 시작으로 마인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을 거쳐 2018년에 뒤늦게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K리그를 경험했다.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유로파리그(UEL)를 누볐던 박주호 입장에서 K리그는 신세계였다. 그 역시 국내에서 성장했지만, 최상위 성인팀의 축구 환경을 30대에 들어서야 경험해 그렇다.

지난 7일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박주호는 '일본과의 차이'를 확실하게 인식하며 "잔디 상태가 (일본이나 유럽과) 많이 다르다. 환경적인 부분에서 일본과 차이가 엄청 크다. (리그를 구성하는) 시장 환경을 떠나서 보여지는 요소 외의 것들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을 경험하고 왔기에 한국의 상황에 정말 놀랐다"라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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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리그 출범 40년째가 되는 K리그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쏟아진다. 경기장 사용부터 선수 육성, 제도 운영 등 모든 것이 한계를 누르며 이어지고 있다. 유럽 진출은 가뭄에 콩나듯 이어지고 있다. 물론 선수에 투자한 구단의 정성이 외면 받아서는 안 되지만, 매번 여론에 휩쓸려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행정이나 정책 결정은 '다 잘해놓고' 비판을 자초한다. 그나마 리딩 구단이라는 전북 현대의 경우 박지성을 테크니컬 디렉터로 고용해 이제야 구단의 틀을 정립 중이다.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늦게 축구를 프로화 했던 일본의 계획적 선수 육성과 유럽 진출을 경험한 박주호의 생각은 분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유럽 진출을 할 경우) "빅리그로 바로 가서 활약하면 좋겠지만, 선수가 적응하는 기간도 분명히 필요하다. 중소리그라고 해도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단계적 진출이 더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본은 유럽 5대 리그는 물론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 등 대표적인 선수 육성으로 장사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리그와 튀르키예,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르비아, 그리스 등 곳곳에 진출해 있다. 한국도 최근에서야 다양한 리그를 경험 중이지만, 병역 의무 이행이라는 걸림돌로 유럽에서 일정 시간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귀국하는 등 환경적 차이로 그 폭은 여전히 넓지 않다.

박주호는 "중소 리그에도 전 세계 선수가 다 모여 있다. 그곳도 경쟁이 정말 심하고 빅리그로 가는 선수들도 몇 되지 않는다. 저 역시 그런 단계를 밟았지만, 중소 리그에서 성공하면서 빅리그를 갔을 때 더 안전하게 적응 가능하고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라며 단계적 육성과 선수 발전을 위해 서로가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이 어려우면 일본이나 중국, 중동에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경제적 이익 추구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박주호도 "모든 축구 선수가 다 유럽에 가는 게 꿈일 것이다. 제가 어린 시절 20살 정도 되면 유럽 진출 꿈은 아예 없었다. 일본 J리그 가는 정도가 꿈이었다. 그만큼 유럽에서 뛰는 선배들을 많이 보지 못해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주호를 비롯해 다수의 유럽 경험자가 생겼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아이콘이 됐고 그 뒤를 김민재, 이강인(마요르카) 등이 따르고 있다. 이들의 경기를 스포티비(SPOTV) 등에서 꾸준히 유럽 리그 중계를 시청한 유소년이 유럽 진출을 꿈꾼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에 동의한 박주호는 "(유럽에) 무조건 나가야 한다. K리그 팀들도 배려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성장하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더 큰 선수가 된 뒤 복귀 가능하기에 무조건 좋은 기회가 오면 나가야 한다. 다음에 같은 팀에서 영입 제안이 온다고 생각하지 않아 더 그렇다. 영입 제안은 해당 포지션에 선수가 부족해 한 것이다. 가지 않으면 다른 선수로 채우고 몇 개월 뒤에는 다른 상황이 만들어졌으리라 본다"라며 절대적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이 지점에서 J리그와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 박주호의 인식이다. "모든 선수가 동감하고 있는 문제"라고 전제한 박주호는 "일본에서부터 선수 생활을 했고 유럽에 갔지만, 일본은 환경 자체가 유럽하고 정말 비슷하거나 더 낫다. 그런데 한국에 오고난 뒤 정말 놀랐다. 굉장히 열악하고 아직 발전돼야 될 부분도 많다"라며 2002 한일월드컵 유치로 축구전용구장이 생기는 등 뛸 조건은 생겼으나 잔디 생육이나 훈련 시설 등 세부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세간의 지적에 동의했다.

선수는 물론 구단 직원들도 유럽에 가서 배워오라는 것이 박주호의 지적이다. 전반적인 인적 교류가 체계의 향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은 선수만 유럽으로 보내는 게 아니다. 팀 매니저 등 직원들이 계속해서 유럽 구단에 가서 연수를 하거나 협약을 통해 체계를 배운다. 소속팀에 맞는 업무가 무엇이고 어떤 특징으로 끌어가야 하는지 배워와 적용한다. 한국은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라며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에 뼈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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