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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불편함에 익숙해져라" 책 한 권이 만든 'PBA 슈퍼맨' 조재호의 챔프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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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조재호가 우승 직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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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가 만든 '히어로 매치'가 막을 내렸다. 결과는 '슈퍼맨' 조재호 완승.

지난 8일,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가 강동궁(SK렌터카)를 세트스코어 4-1(15-2, 9-15, 15-12, 15-13, 15-14)로 제압했다.

직전까지는 강동궁이 PBA 국내 선수 최다승인 통산 2승 기록(2019-20시즌 SK렌터카 챔피언십, 2021-22시즌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날 승리로 조재호가 '절친' 강동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조재호는 PBA 챔피언십 우승 랭킹포인트 10만점을 챙겨 누적점수 총합 26만1,500점으로 정규시즌을 전체랭킹 1위로 마감했다. 누적상금은 2억2천250만으로 다비드 사파타(누적상금 1억4천150만원)를 2위로 밀어냈다.

게다가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올 시즌 마지막 투어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앞서 7일에도 개막전 LPBA 챔피언인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김보미(NH농협카드)를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PBA 출범 이래 사상 최초로 남녀 개막전 챔피언이 마지막 투어에서도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흥미로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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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렌터카 강동궁이 결승전에서 샷을 시도하고 있다,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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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두 사람의 매치는 성사 즉시 당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내 3쿠션 탑티어로 손꼽혔던 두 선수는 PBA 데뷔 이후 개인세트 매치에서 처음 만남을 갖게 되었다.

챔피언 조재호는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아 "1년에 한 번은 우승하는게 목표였는데 두 번이나 해서 기쁘다"며 행복한 감정을 여과없이 표현했다.

상대가 강동궁이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칠 수 있었다. "한국선수끼리 결승을 치르고 싶었기에 4강전에서 더 전의를 불태웠다"는 조재호는 절친과의 결승이 성사되자 "'내가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둘이 만나서 잘됐다, 둘 중 누가 이겨도 멋진 경기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매 세트 여유있는 샷의 비결은 이미 넉넉해진 마음이었다.

'베프' 강동궁과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 두 사람의 나이는 고작 20세. 전국대회가 치러질 때 조금씩 연을 만든 것이 20여년을 넘게 이어졌다. 엎치락뒷치락 경기를 치르며 두터운 우정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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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조재호가 우승 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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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그가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은 다름아닌 선물받은 책 한 권이었다. 멘탈관리에 관한 책이었다.

'불편함에 익숙해져라, 아니면 그냥 다른데 가서 실패하던가'

책 속 한 구절이 조재호의 마음을 바꿔놓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재호의 마인드는 바뀌었다. 그는 마음 속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자잘한 핑계'를 없앴다.

조재호는 "그 책이 한 200페이지 정도 되는데 들고와서 절반을 읽고 우승했다, 이제 나머지 절반을 읽고 월드챔피언십을 준비하면 되겠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넉넉한 농담 옆에서 은빛 트로피가 묵직하게 빛을 발했다. 승자의 여유를 비추고 있었다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준우승자 강동궁은 "결과론적으로 분위기를 완벽히 제 쪽으로 넘겨왔을 때 괜찮은 볼 배치에서 안일하게 대처했었다"며 "공을 좀 더 완벽하게 설계하지 못하고 들어간 느낌, 거기서 조재호가 뒷심을 발휘해서 내게 좀 더 타격이 왔다"고 패인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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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렌터카 강동궁,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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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은 아쉽게 미끄러졌지만 교훈을 얻은 것도 있다. 강동궁은 "오히려 상대 선수를 보면서 장점을 따라한데서 경기가 잘 풀렸던 것 같다, 제가 시도해보지 않았던 공의 구질과 스트로크를 대회 중에 시도했었다, 이제 끝났으니 훈련장에 가서 다시 연습해보겠다"고 전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셔터를 닫게 된 두 주인공 모두 서로에게 애정어린 격려도 잊지 않았다.

강동궁은 조재호를 향해 "올해 두 번 우승했는데 부럽고 절친한 친구가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 국내 선수 가운데 2회 우승은 나와 조재호가 유일한데 세번째 우승은 내가 먼저 가져가겠다"며 농담섞인 한 마디를 던졌다.

이에 조재호는 "'(강)동궁아, 오늘 재수는 내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럭키샷이 많이 나와서, 다음엔 네가 좀 더 많이 쳐서 우승해라"고 즐거운 표정으로 화답했다.

이로써 모든 정규투어의 막을 내린 PBA는 오는 17일부터 PBA팀리그 포스트시즌 일정을 이어간다.

다음 달 3일부터는 '왕중왕전'인 PBA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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