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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장미 한 송이에 2만원이라니…” 졸업식 ‘대목’ 앞 꽃값도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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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한단 경매가 1만2415원…지난해 견줘 80%↑

상인 “3년 만의 대면 졸업식인데 꽃이 안 팔려”

소비자 “고물가 속 6만5천원짜리 꽃다발은 사치”


한겨레

3년 만에 대면 졸업식으로 호황을 기대했던 화훼 업계가 난방비 급등에 자재비와 인건비까지 올라 3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졸업식이 열린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앞에 마련된 꽃다발 가판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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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꽃배달 서비스를 알아보던 이아무개(47)씨는 치솟은 꽃값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아내가 평소 꽃을 좋아하는 터라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의 업체가 기본 가격을 6만5천원에 맞추고 있었고, 좀 화려하다 싶으면 거의 10만원에 육박했다”며 “아무리 꽃이 비싼 계절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졸업식과 밸런타인데이가 겹쳐 꽃 수요가 급증하는 2월, 치솟은 꽃값에 소비자는 물론 상인도 울상을 짓고 있다. 난방비는 물론 비료와 포장재값 등 재료비가 급등한 탓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2~9일 사이 장미 한 단 평균 경매 가격은 1만2415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894원에 견줘 80% 이상 급등한 가격이다. 천일홍은 6842원으로 지난해(3250원)보다 무려 94%나 올랐고, 안개꽃은 1만937원으로 지난해(9150원)와 비교해 19.5%, 튤립은 5697원으로 지난해(5141원)에 견줘 10.8%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추운 날씨와 꽃 수요가 늘어나는 시즌임을 감안해도 ‘폭등’한 수준인 셈이다.

도매 가격이 오르면서 소매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치솟아, 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5년 넘게 꽃집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한겨레>에 “졸업식이나 밸런타인데이용 꽃을 예약한다고 할 때, 지난해엔 5만원대였던 구성을 올해 똑같이 만들려면 7만5천~8만원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필수품목 소비마저 줄이는 판국에 꽃을 사는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격을 물어보고 놀라며 돌아서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상인은 “코로나19 대유행 내내 졸업식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문을 닫을 뻔한 위기를 견뎠는데, 3년 만에 찾아온 대목에도 웃을 수가 없다”며 “구색을 갖춰 꽃을 많이 사두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 팔리지 않을까봐 그럴 수도 없어 예약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도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최근 중학교를 졸업하는 조카에게 줄 꽃을 사러 꽃가게에 들렀다는 유아무개(42)씨는 “장미 한 송이를 화려하게 포장해 2만원에 파는 곳도 있었다”며 “차라리 실속있는 선물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꽃을 포기하고 이름을 각인한 지갑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해에 견줘서도 꽃값이 크게 오른 이유는 계속된 한파에 난방비가 급등한데다 비룟값과 포장재값 등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을 보면, 시설 농가가 하우스 난방에 사용하는 면세등유 가격은 8일 기준 리터당 1264.33원으로, 1년 전 968.64원에 견줘 30.5%나 올랐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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