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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전 세계 꼴찌 출산율은 누가 챙기나"... 저출산 대책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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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뚫린 출산율]
저출산위, 윤 정부 9개월 만에 늑장 가동
생산인구 급감, 저출산 방치 시 경제 타격
"임기 1년이 지나는 윤석열 정부는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프랑스, 일본이 성공한 출산율 반등을 한국이 못 해낼 리 없다. 문제는 지도자의 철학, 의지, 행동이다."
한국일보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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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2일, 유승민 전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며 올린 글이다. 유 전 의원 비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 구도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 모두 천문학적 예산을 쓰고도 출산율 상승에 실패한 터라, 윤석열 정부에만 저출산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다만 일각에선 유 전 의원 지적처럼 현 정부가 과거 정부보다 저출산 해소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 못 펴는 저출산 컨트롤 타워


상징적 장면은 전날 열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의 1차 운영위원회다. 저출산 대책 지휘 본부(컨트롤 타워) 격인 저출산위가 1차 운영위를 실시한 건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회의 역시 위원장인 윤 대통령 대신 김영미 부위원장이 소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저출산위 회의를 주재한 모습과 비교된다.

지난달 13일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로 꼽혔던 나경원 전 저출산위 부위원장을 해임한 결정 역시 저출산을 대하는 정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나 전 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언급한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정책'을 대통령실이 국정 기조와 맞지 않다고 즉각 반발하면서 양측 갈등은 불거졌다.
한국일보

그래픽=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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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자녀 수에 따라 빚을 면제해 주는 헝가리식 대출 탕감이 우리 현실에 맞는지 논의할 기회는 갖지 못했다. 여당 대표 선거 출마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 측 간 정쟁에 저출산 대책이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정책 동력이 있는 임기 초반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정책도 1세 이하 자녀에게 월 최대 70만 원을 주는 부모급여 외에 눈에 띄는 게 없다.

문제는 안 그래도 전 세계 꼴찌(세계은행 2020년 집계)인 출산율을 손 놓고 있으면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한참 일할 나이로 경제를 책임질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3,757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다.

최고난도 저출산 대책, 강한 사령탑 필요


물론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아직 절대적 숫자가 많아 2020년 72.1%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8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저출산 심화로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637만 명으로 예상된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생산연령인구에 들어가는 2040년엔 2,852만 명으로 뚝 떨어진다.

시급한 저출산 대책으로 저출산위 등 관련 기관에 권한 부여 등이 제시된다. 최고난도로 통하는 저출산 대책은 주거, 양육, 교육, 연금 등 각 부처에 걸쳐 있어 이를 한데 모아 추진할 강력한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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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현재 저출산위는 좌담회만 하고 끝내는 조직과 비슷한데 구조개혁 등 인기 없는 정책인 저출산 대책을 밀어붙이려면 실질적 컨트롤 타워를 둬야 한다"며 "과거 노사정위원회가 그랬듯 다양한 계층이 서로 양보하는 저출산 대타협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육아휴직을 예로 들면 예전보다 쓰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여전이 대기업 직원, 공무원에 한정된다"며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 정책을 많이 내놓았으나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아 점검·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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