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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친절한 경제] "생존과 출산육아 병행 못 해"…저출산 대책, 이게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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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3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지난해 출생과 사망 통계가 나왔는데 대충 예상도 되고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통계 결과가 볼 때마다 정말 충격적입니다.

<기자>

네. 그렇죠.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걸로 예상되는 평균 아기의 수 이제 0.78명입니다.

이 숫자가 0.8대였을 때 이미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있었던 적이 없다는 위기감이 엄청났는데, 또 떨어졌습니다.

길에서 유모차가 지나가면 "요즘 저런 갓난아기 오랜만에 봐" 이런 말 많이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 1천 명당 4.9명밖에 태어나지 않습니다.

지난해 1명이 태어날 때 1.5명꼴로 사망했습니다. 인구 1천 명당 2.4명이 사라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심각성을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정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서 많은 것을 한 것 같은데 상황은 점점 나빠지네요?

<기자>

네. 그래서 '유입 이민'이 답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현실적으로는 그게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만 과연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한 게 맞는지, 아이가 그렇게 적다면서 정작 아이가 있는 집은 1~2년씩 어린이집 대기를 해야 하는 나라에서 더 이상 써볼 방법이 없이 진짜 다 해 봤다고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통계를 보면 그나마 2021년보다 첫째 아이는 좀 늘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그보다 훨씬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를 낳을 때 엄마의 평균 연령 33.5세입니다. 0.2세가 또 늘었습니다.

결혼한 지 5년 된 부부 다섯 쌍 중에 한 쌍은 아이가 없습니다. 결혼이 일단 늦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는 걸 미루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낳아도 1명뿐이거나 아예 안 낳게 됩니다. 왜냐, 개인적으로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결국 한 가지로 모입니다.

내가 잘 살아남는 것과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기를 병행할 수가 없다.

아이를 낳고도 삶의 질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면서 아이에게도 좋은 미래를 약속해 줄 수 없다고 느낀다는 겁니다.

<앵커>

방금 권 기자 이야기에 정말 많은 부모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그러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

이제 실제로 아이를 많이 낳는 지역에 힌트가 있을 겁니다.

이번 통계를 보면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에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는 곳이 딱 한 곳 있습니다. 세종시입니다.

그리고 군 단위이지만, 전남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거의 2명에 가깝습니다. 어떤 지역들이냐 세종시는 바로 감이 오실 겁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많은 곳, 그러니까 보육 인프라도 비교적 잘돼 있고요.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뒤에도 출산 전과 같은 조건으로 안정적 일자리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은 곳입니다.

영광군 일하는 청년에게 최대 2천만 원 넘게 3년을 지원하고, 첫째만 낳아도 500만 원을 지원합니다.

그러니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해주거나, 아니면 현실적으로 그에 갈음할 수 있을 만큼 돈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두번째 돈을 파격적으로 많이 주는 방법은 사실 지속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보다 출산율이 조금만 더 올라도 나라 전체로는 아예 불가능할 겁니다. 결국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맞벌입니다.

몇 년간 경력단절이 되고 나면 출산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일, 훨씬 적은 임금으로 복귀하는 불만족스러운 맞벌이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렇게 오래 쉬지 않고 일과 가정을 같이 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앵커>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맞벌이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최근 들어서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그런지 집값도 부담이다. 집값도 원인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기자>

네. 그것도 상당히 컸습니다. 사실 2012년까지만 해도 지금의 2배, 48만 명은 낳았습니다.

집값이 치솟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아이도 덜 낳은 게 맞습니다.

다만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이는 선진국 대도시의 집값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다 비싸긴 합니다.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성장속도가 느려지면서 기존의 자산 가격에 젊은이가 접근하기 힘들어지죠.

부부가 계속 같이 일을 해서 내 집 마련의 꿈도 꾸고, 자기 삶도 챙길 수 있어야 아이를 낳는다는 대전제는 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던 일본, 우리처럼 여성고용률이 높지 않은 편인데 우리처럼 아이도 안 낳습니다.

유럽 안에서도 여성 고용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오히려 아이도 더 낳는 게 이 표에서 뚜렷하게 보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의 늪에 빠졌다가 회복한 나라들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같은 나라들.

이 나라들이 몇십 년을 저출산 대책을 해보니 제일 효과적이었던 건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도입한 석 달간의 남성 의무 유급 육아휴직 제도 같은 것들처럼 함께 일하고 함께 아이를 기를 수 있게 하는 환경, 정말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해주는 정책이었다는 보고서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답은 있습니다. 얼마나 엄중하게 이 답을 받아들이냐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겁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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