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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삼성도 해외로 떠나야 할 판…저출산 재앙 눈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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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공장 관련 근로자 4만명 중
2035년엔 3만명 확보 어려울듯
협력업체 중심으로 인력난 가속

가전업체 공장엔 로봇만 속속
車 신규 공급인력도 급감 전망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국내 제조업 ‘심장’인 반도체 산업은 출산율 저하에 따라 가장 심각한 위협을 받는 분야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반도체 공장은 기업 소속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까지 같은 장소에서 근무한다.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캠퍼스에는 삼성전자 소속 임직원 1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시설 유지·보수 인력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1만여 명 상주한다. 전·후방으로 연계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2만여 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직원만 3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노동인구 감소가 가속화하는 2035년에는 인력 수급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인력까지는 수급이 가능하더라도 나머지 협력업체는 인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대표적 반도체 기업의 고위 임원이 털어놓은 하소연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 임원은 “생산 시설에 본사 소속 직원과 협력업체 소속 직원을 합쳐 4만명 정도가 근무한다”며 “2035년부터는 본사 직원 1만명 외에 나머지 협력업체 3만명에 대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 시설이 해외로 속속 이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SK하이닉스는 중국에 해외 생산 기지를 두고 있고 미국에는 대대적 규모로 생산 시설을 확대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충분한 일손을 구할 수 없다면 해외 기지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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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7만6509명이었던 반도체 산업 종사자 규모는 2031년 30만3943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산업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12만7400여 명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매년 직업계 고등학교와 대학·대학원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이 5000여 명에 불과하고, 그 외 다른 학과에서 반도체 분야로 배출되는 인력이 200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10년간 7만명 남짓한 인력만 반도체 업계에 투입될 수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현재 예상으로는 반도체 분야에서 2031년 학·석·박사 기준으로 총 5만4000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미 가전기업들의 생산 시설에서는 구인난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새로 짓는 공장에는 필요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을 구축하고 나섰다. 사람이 하는 일을 로봇 등 자동화 장비로 대체하는 것이다. 지난해 완공한 LG전자 창원공장은 30여 명의 인력으로만 운영된다. 기존에는 100여 명이 근무했지만 자동화 기기 도입으로 투입 인력을 대폭 줄였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최근 설립되는 공장에는 대부분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소요 인력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당장 인건비 부담도 있지만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미래 인력 확보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한 대비의 의미도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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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서도 2030년부터 2만5000명가량 일손이 모자랄 전망이다. 지난 2021년 이철희 서울대 이철희 교수팀이 발표한 ‘한국의 인구변화와 고령노동’에 따르면 자동차와 트레일러 제조업의 20~24세 취업인력(노동공급) 규모는 2024년 49만4491명에서 2029년 46만7378명, 2034년 43만2917명 등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추가 증설을 끝낸 한국GM 창원공장은 무인 전동로봇을 도입해 사람이 지게차로 부품을 운반하는 걸 대신했다. 도장공장 신축에 이어 차체 프레스 조립공장에도 그같은 자동화 설비를 대폭 추가함으로써 인력 감축에 대비하고 나섰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은 “창원 등 한국 공장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자동화 설비 중심으로 꾸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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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는 이미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조선업이 침체를 겪으며 떠난 근로자들이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 데다 저출산 여파를 그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외국인 2000여명 에게 E-7·E-9 비자를 신속하게 발급하겠다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아울러 국내 구직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선업 기술 교육과 채용 지원금을 주는 사업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수주 불황을 겪으면서 숙련공들이 많이 빠져나갔고 최근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용접공 등 기초 인력마저도 모두 빠져나간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생산기술직 공채와 기술연수생 모집을 재개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용접공을 비롯해 숙련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일단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고 정년 퇴직자 재고용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철강업계는 전문 인력과 현장 생산직 인력이 줄고 있고 이들의 철강 전문 지식 수준도 낮아지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대학에선 재료공학과 등에서 철강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인재가 적은데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배터리 분야 전공을 택하는 우수 인재가 많아지면서 철강 쪽 전문 인력과 연구개발 역량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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