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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압록강까지 타격하라”… 군, 첨단 ‘장사정포 킬러’로 北 도발 제압한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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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포격 도발에 맞서 군 당국이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한반도 유사시 수도권을 타격할 북한 장사정포와 전술유도무기 등을 제압할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Ⅱ 전력화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13일 제15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KTSSM-Ⅱ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과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장사정포 킬러’로 불리는 KTSSM-Ⅰ의 사거리를 늘려 차량에 탑재하는 KTSSM-Ⅱ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32년까지 1조5500억원을 투입해 전력화할 예정이다. 시기를 2년 단축하고자 ADD가 개발을 주도한다.

개발이 완료되면 서부전선 일대에서 압록강 하류 인근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 정치 경제 안보의 중심인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을 사정권에 넣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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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Ⅰ이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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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에이태큼스’로 육군 타격력 강화

KTSSM-Ⅰ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직후 이명박정부가 정권 차원에서 긴급소요제기 방식으로 추진했던 비밀 사업인 ‘번개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정치적 이유로 사업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번개사업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한국형 전술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이 확인돼 2014년 일반 무기체계 개발 사업으로 전환됐다.

KTSSM-Ⅰ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7년 7월이다. 당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하자 군 당국은 북한군 갱도진지를 파괴할 수 있는 KTSSM-Ⅰ 실사격 영상을 공개했다.

500㎏ 중량의 열압력탄을 탑재한 KTSSM-Ⅰ은 매우 짧은 간격을 두고 2발이 연속발사, 콘크리트 지하갱도를 초토화했다. 지상 표적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타격했다.

미사일을 빠르게 연달아 쏘는 연속발사통제체계를 적용한 것은 KTSSM이 세계 최초다. 다양한 표적에 대한 미사일 할당 기술도 적용됐다.

미국 군용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한 덕분에 높은 명중률을 확보하면서 북한군의 전자전 공격에 대비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가격도 한 발에 10억원 미만으로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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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4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KTSSM-Ⅰ과 천무 다연장체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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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SSM-Ⅰ은 관통력이 1~3m에 달한다. 지하공간을 감지하는 지능형 신관을 장착, 갱도진지까지 관통한 뒤 내부 공간을 감지해 폭발한다.

이때 발생하는 열압력과 폭풍은 강철로 제작한 방폭문도 파괴할 정도다. 진지 내부의 산소도 모두 타버린다. 갱도진지 내의 장사정포와 운용요원들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KTSSM-Ⅰ은 휴전선과 인접한 전방부대에 설치된 4연장 고정식 발사대에서 운용된다. 구체적인 운용방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고정식 발사대의 특성상 발사대를 보호하고자 강화콘크리트 등을 활용한 방호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200여발이 생산될 것으로 알려진 KTSSM-Ⅰ은 한반도 유사시 휴전선 일대에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 300㎜ 방사포나 170㎜자주포 등을 포함한 장사정포를 제압하는 공군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대화력전을 지원할 전망이다.

KTSSM-Ⅱ는 천무 다연장로켓 차량을 개조한 이동식발사대(TEL)에 2발이 탑재된다. 성능이 이미 검증된 차량을 사용해 기동력을 높였다. 지난해 12월 TEL에서의 시험발사도 성공했다.

사거리도 300㎞로 늘어났다. 서부전선에서 쏘면 평양 이북 압록강 하류 인근의 지하벙커도 타격할 수 있다. 구경도 400㎜에서 북한군 초대형방사포와 동일한 600㎜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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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SSM-Ⅰ이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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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두도 열압력탄 외에 고폭탄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ADD를 중심으로 KTSSM-Ⅱ에 자폭 드론 3대를 탑재, 이동하는 북한 탄도미사일 TEL을 파괴하는 기술도 연구중이다.

KTSSM-Ⅱ 발사 직후 정점고도를 지난 시점에서 자폭 드론을 담은 캐니스터가 사출되면, 드론이 캐니스터에서 방출되어 활강 비행을 하다가 표적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한반도 유사시 KTSSM-Ⅱ는 합참,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또는 내년 창설될 전략사령부가 수행할 북한 내륙 지역의 탄도미사일 기지와 지휘부 타격작전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의 발사 조짐에 신속히 대응하는 긴급 타격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KTSSM-Ⅱ도 있다. 사거리 300㎞가 넘는 탄도미사일 수출을 통제하는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최신 기술이 적용된 KTSSM-Ⅱ은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특히 미국이 운용중인 에이태큼스(ATACMS)가 노후화한 상태에서 KTSSM-Ⅱ 수출형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폴란드는 천무 다연장로켓과 함께 KTSSM-Ⅱ와 비슷한 사거리 290㎞짜리 미사일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과 달리 러시아와의 국경에 러시아군 지하벙커가 거의 없어 일반 고폭탄이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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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이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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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순항미사일도 잡는 국산 미사일 개발

지난 13일 열린 제15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 탑재해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국내 개발하는 함대공유도탄-Ⅱ 사업 체계개발기본계획도 의결했다. 2030년까지 사업이 진행되며, 생산비를 포함해 6900억원이 투입된다.

해군 이지스함에 탑재할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SM-6급)을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확보하는 사업도 위원회에서 통과됐다. 2차 구매를 포함해 2031년까지 7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3000억~4000억원이 쓰일 1차 구매로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3척 소요를 충당하며, 수년 뒤에 추진될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 성능개량 진행 상황을 고려해 추가 구매가 이뤄진다.

SM-6는 탄도미사일 요격만 가능한 SM-3 블록1B와 달리 항공기와 미사일을 모두 파괴할 수 있다. 가격도 2017년 기준으로 SM-6는 56억원, SM-3 블록1B는 230억원에 달했다.

SM-3 블록1B는 미 해군에서 SM-3 블록2로 대체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SM-6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했다는 평가다.

SM-6를 도입하면 이지스 전투체계로 탄도미사일을 탐지6추적할 수 있지만, 요격 수단이 없었던 이지스함의 탄도미사일 대응 작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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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SM-2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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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발당 60억원에 가까운 SM-6를 KDDX에도 배치하기는 어렵다. 이보다 더 저렴한 미사일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추진되는 것이 함대공유도탄-Ⅱ 사업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산 SM-2 함대공미사일을 대체하는 개념이지만, 실제로는 SM-6와 유사한 성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함대공유도탄-Ⅱ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를 구성하는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또는 천궁·천궁 블록2 관련 기술을 발전시킨 개념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구조는 천궁 블록2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사일방어체계는 최대한 먼 거리에서 항공기를 격추해야 하므로 오랜 시간 일정한 추력을 내면서 날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함대공미사일은 발사 초기부터 빠르게 비행해야 한다. 로켓모터와 추진제 등의 성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표적을 탐지하는 기술도 정확도가 높아진다. 수면 가까이 비행하며 함정에 접근하는 다수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정밀하게 분류해 요격하려면, 그만큼 높은 수준의 탐지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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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공개한 함대공유도탄-Ⅱ 형상. 미사일 후방에 부스터를 장착, 발사 초기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방위사업청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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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함대공유도탄-Ⅱ 개발에 필요한 초음속 표적기 확보도 추진중이다. 현재 해군은 음속에 미치지 못하는 표적만으로 실사격훈련을 하고, 초음속 표적은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초음속 대함미사일 위협이 증가하면서 함대의 대공방어능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초음속 대함미사일과 유사한 성능을 지닌 표적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에서 유일한 초음속 표적기인 미국산 GQM-163 도입 또는 국내 개발이 거론되고 있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고 소요검증 결과 국내 개발이 수입보다 훨씬 저렴해 국산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함대공유도탄-Ⅱ 시험평가가 2029년으로 예정되어 있어, 그 이전까지는 초음속 표적기 실전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SM-6가 도입되고 신형 함대공 유도탄이 전력화되면 더욱 조밀한 해상 방공망 구성이 가능해져 북한 순항·탄도미사일 대응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2일 북한이 쏜 1500㎞짜리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이 한반도 남부 내륙을 겨냥할 경우 SM-6와 신형 함대공 유도탄이 ‘방패’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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