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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전두환 손자 “저소득층에 100불” 기부금, 국고가 몰수해야 할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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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조선일보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모(27)씨가 17일 새벽 유튜브 실시간 방송 도중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복용했다. /유튜브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모(27)씨는 지난 13일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에 관한 폭로성 게시물을 잇달아 올려 관심을 받았습니다. 전씨는 자신에게도 몇십억원의 자산이 흘러들어왔다며 “본인이 사회적 저소득층인 것을 증명하는 모든 분에게 100불씩 보내겠다”고 했는데요. 그러다 17일 새벽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전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922억원을 추징할 길은 없는 걸까요? 또, 전씨의 마약 혐의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전두환 손자의 재산, 기부할 돈이 아니었다?

Q. 전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직장 생활할 수 있었던 건 어디서 나왔을지 모를 일년 몇 억씩 하던 자금들 때문”이라며 “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돈만 최소 10억원인데, 깨끗한 돈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이 자신의 명의로 넘어왔다고 했는데요. 전씨에게 돈을 송금한 사람, 처벌할 수 있는 건가요?



A. 전씨의 주장이 모호해 어떤 죄명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행위에는 통상 ‘외국환 거래법’이 적용됩니다. 외국환 거래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은행을 통해 연간 5만 달러(약 6500만원) 이상의 돈을 송금할 경우 국가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에도 취득세와 종합소득세 등에 관한 신고의무가 있습니다.

전씨에게 돈을 보낼 때 적법하게 신고하지 않았다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량이 높지는 않습니다.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지급 방법의 신고 위반은 총 25억원의 금액을 초과해야 처벌할 수 있으며 제18조 자본거래 신고 위반 역시 10억원을 초과했을 때 처벌 가능합니다.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급 방법 신고 위반 및 자본거래 신고 위반으로 취득한 외국환이나 증권, 귀금속, 부동산 및 내국지급수단은 국가가 몰수합니다. 몰수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전씨가 가진 돈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 송금된 돈이라면 ‘기부’할 수 있는 돈이 아니라 국가가 몰수 혹은 추징해야 하는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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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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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의 마약, 한국서 처벌?

Q. 미국 뉴욕에 체류 중인 전씨는 “모든 걸 자수하겠다”고 예고한 뒤 방송 도중 각종 마약을 언급했고,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잇달아 투약했습니다. 국내에서 처벌받을 수 있는 건가요?



A. 전씨가 미국에서 마약 투약 처벌을 받았다 할지라도 속인주의(국적을 기준으로 자국민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원칙)에 의해 전씨는 국내 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이중처벌금지 혹은 대한민국의 일사부재리와 관계없습니다. 다만 형법 제7조에 따라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한국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면 한국 교도소에서 1년 동안만 추가 복역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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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모씨가 17일 유튜브 채널 '더 탐사'와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수사가 멈춘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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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주장 사실이라도 전두환 일가 비자금, 추징 못한다?

Q. 전씨는 자신의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미국에 숨겨진 비자금을 사용해 한국에서 전도사라며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작은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전재만씨가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도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요.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씨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몇백억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다고 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약 1283억원으로, 아직 922억원이 남아있습니다. 일명 ‘전두환 몰수법’으로 추징할 수 없는 건가요?



A. 소위 말하는 전두환 몰수법의 정확한 명칭은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위층의 도덕성을 제고하고 불법 재산 형성을 방지하기 위한 법입니다.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 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한 추징을 가능하게 했고, 특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추징 시효를 10년 연장하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이 법이 2013년 개정된 이후 검찰은 대대적으로 전 전 대통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전씨의 아버지 전재용씨도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Q.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더 이상 추징할 수 없다고 하던데, 왜 그런가요?



A.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25조에 따르면 납부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에 대한 ‘몰수’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할 수 있지만, ‘추징’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몰수의 대상은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품 그 자체를 말합니다. 추징은 몰수할 수 있는 물건이 사라졌을 경우 그 물건에 상당하는 액수를 징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씨의 폭로로 비자금을 찾는다고 해도 전 전 대통령 사망으로 ‘추징’을 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상속재산에 대해서도 추징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020년 6월에 발의되었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과 법무부 모두 개정안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Q. 추징은 못하더라도 비자금을 은닉한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는 건가요?



비자금을 은닉한 경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범죄수익 등의 은닉 및 가장죄 혹은 제4조 범죄수익 등의 수수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소시효입니다. 은닉행위가 2007년 12월 21일 전에 발생했다면 공소시효는 5년, 2007년 12월 21일 이후에 발생했다면 7년입니다. 2023년 3월에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다만 범죄수익 은닉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본다면 처벌 가능성이 열려있기는 합니다. 치밀한 법리검토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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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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