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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정부, 기시다 방한 맞춰 '김대중-오부치 선언' 업그레이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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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역대 내각 역사인식 계승'만으론 부족" 평가

내달부터 정상회담 후속조치 등 본격 논의 전망

뉴스1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 2023.3.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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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르면 올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단 평가를 받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전망이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19일 YTN 방송에 출연,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발표된 지 25년이 됐다"며 "우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그걸 업그레이드하는 선언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채택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일컫는 말이다.한일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가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이 선언은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포함해 총 11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일본 측은 이 선언을 통해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함으로써 이후 양국관계 발전의 중요 토대를 마련했단 평을 듣고 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지난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지난 10여년간 중단됐던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재개에도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정부가 여론 악화 등 부담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최대 갈등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선제적으로 발표하는 등 '한일 협력관계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기시다 총리가 이번 회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정도의 입장만 공개적으로 밝힌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 기시다 내각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계승'은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뒤 햐아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이미 언급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이번 한일정상회담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양국 정상이 새로운 선언을 내놓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면서도 "그러나 일본 측의 '호응'이 부족했던 건 분명하다. 일본 내에서도 그런 견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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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왼쪽)과 태극기.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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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서 기시다 총리의 추후 한국 답방을 주목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기시다 총리가 연내 우리나라를 방문해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임할 경우 이번 윤 대통령 방일 때보다는 한일 양국 모두에 '좀 더 유의미한 성과'가 도출될 필요가 있단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다른 한일관계 소식통은 "일본 측도 이번 한일정상회담 후 한국 내 여론 추이를 살펴볼 것"이라며 "일본도 앞으로 여건이 조성된다면 추가적인 '호응' 조치를 발표하겠단 큰 그림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선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추진될 경우 시기적으로 6~9월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달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예정돼 있고, 일본에서도 4월 통일지방선거와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등 큰 행사들이 계획돼 있어 상반기 중엔 기시다 총리가 움직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올 9월 이후엔 일본 국회 회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연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는 시점은 사실상 '여름'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번 한일정상회담 후속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일본 측과의 당국 간 대화를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기시다 총리 방한 조율과 함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추후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선언문을 채택하더라도 일본 측이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 '반성' 등 입장을 명시적으로 다시 밝히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가 계승하겠다고 밝힌 역대 내각의 담화 중엔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미래세대에 사죄의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의 2015년 '전후 70년(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70년) 담화'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마쓰카와 루이(松川るい) 참의원(상원) 의원도 앞서 15일 진행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우리 입장은 지극히 명확하다"며 "일본이 '새로운' 사과를 표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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