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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 무색…"미세먼지도 많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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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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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오늘(20일) 아침 서울 출근길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1월 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오늘부터는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대부분 평소처럼 마스크를 쓴 채로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오늘 오전 5시 40분쯤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중앙보훈병원행 열차를 기다리는 12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였습니다.

역 안에서는 코와 입 아래로 마스크를 내린 '턱스크'였다가 지하철이 들어오자 부랴부랴 코끝까지 마스크를 당겨 쓰는 승객도 눈에 띄었습니다.

같은 시각 2호선 신도림역과 1호선 서울역·종각역의 풍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도림역에서 대림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노마스크' 승객은 3명뿐이었습니다.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던 금 모(30)씨는 "벗어도 된다는 걸 알지만 습관적으로 쓰고 나왔다"며 "날씨가 더워지면 사람들이 벗을 것 같은데 그때쯤 되면 나도 벗을 것 같다. 아직은 쓴다"고 말했습니다.

도봉산 방면 1호선 열차 안에서 만난 정 모(64)씨 역시 "남들이 다 쓰고 있어서 벗기가 좀 그렇다"며 "남들 벗으면 그때 가서 벗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7시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탄 대화 방면 열차의 첫 번째 객차에 탄 승객 23명 중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1명뿐이었습니다.

두 번째 객차는 31명 중 2명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세 번째 객차에서는 승객 34명 모두가 마스크를 썼습니다.

KTX나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시민은 드물었습니다.

오늘 오전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객실 안 승객 18명도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고, 강릉행 KTX 객실에서는 24명 중 1명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오전 6시 10분 종로3가 정거장에서 개포동 방향으로 가는 143번 버스 승객 20명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이 버스는 약 15분 동안 7개 정거장을 통과해 승객 14명이 탑승했지만 전부 마스크를 쓴 채였습니다.

유일한 노마스크 승객인 권 모(30) 씨는 아예 마스크를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실내에서도 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대중교통에서만 쓰게 한 건 애초에 맞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택시 승객도 대다수가 마스크를 썼습니다.

오전 8시30분쯤 용산역 앞 택시승강장에 서 있던 17명 중에서 16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심 모(39)씨는 "마스크 쓰는 게 습관이 되기도 했고 기사가 불편해할까 봐 택시에서도 쓸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13년 차 택시 기사 이 모(72)씨는 "이미 외국도 다 (마스크를) 벗지 않았느냐. 우리도 대중교통에서도 진작에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며 반색했습니다.

이 씨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로 운전했습니다.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한다는 소식에 가볍게 집에서 나왔다는 일부 시민들도 '눈치가 보인다'며 다시 착용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고 모(62) 씨는 "오늘 규제 완화 첫날이라고 해서 마스크 안 쓰고 나왔는데 주변을 보니 나 빼고 다 써서 민망하다"며 "당분간 계속 쓰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는 드디어 규제가 풀렸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박 모(21) 씨는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고 여드름이 나서 불만이었다"며 "이제 자율화됐으니 벗고 다닐 수 있어 좋다. 다른 사람 눈치 볼 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도림역에서 구로로 출근 중이던 임 모(31) 씨 역시 "정부 지침도 바뀌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눈치 같은) 그런 걸 못 느낀다"며 "아마 날씨 더워지면 다들 벗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 오늘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대기질이 좋지 않은 것도 마스크를 내려놓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오늘 마스크를 쓴 채 버스에 탑승한 김 모(70) 씨는 "면역력이 약해 대중교통 안에선 계속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며 "안전 때문에 내 동년배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 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 모(78) 씨 역시 "오늘부터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건 알지만, 미세먼지가 많아서 쓰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모(39) 씨도 "코로나19보다도 미세먼지가 더 걱정돼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며 "더워지기 전까지 봄에는 쭉 쓰고 다닐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에 맞춰 지하철 내 안내방송 내용은 권고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오전 8시 40분쯤 3호선 교대역에서는 역내 방송을 통해 "열차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었습니다. 실내 혼잡 시간 내에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오니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안내했습니다.

대중교통과 함께 오늘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마트·역사 등 대형시설 내 개방형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용산구 대형마트에 입점한 한 약국에서는 약사와 직원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근무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약국을 찾은 손님 2명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마트 계산대와 마주 보고 있는 이 약국은 출입문이나 유리 벽으로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개방형으로 영업하는 형태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약사 이 모 씨는 당장 마스크를 벗을 계획은 없지만 마트 내 손님들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만족해했습니다.

약사 이 모 씨는 "손님 중에서는 마트에서는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다가 갑자기 (마트 내) 약국에서는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고 불합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를 해제한 건 잘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양천구 대형마트에 입점한 또 다른 약국에서는 오전 10시부터 50여 분간 방문한 9명 중 8명이 마스크를 썼습니다.

약사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응대했습니다.

지 모(36)씨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아이가 있어서 웬만한 곳에서는 무조건 끼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는 일반 약국에서도 별다른 혼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개방형 약국과 달리 일반 약국은 병의원을 이용한 환자가 바로 찾는 경우가 많아 마스크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강남구에서 '24시간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장 모(79)씨는 "새벽에 손님 10여 명이 왔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며 "간혹 마스크 안 쓰고 들어오는 손님도 착용해 달라고 요청하면 순순히 응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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