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신성한, 이혼’ 노수산나는 왜 그렇게까지 조승우를 자극하나? [김재동의 나무와 숲]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확실히 동생의 죽음은 사고였다. 2014년 11월의 어느 비오는 밤이었다. 동생 신주화(공현지 분)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나섰다. 웬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받은 신주화는 넋이 빠진 모습으로 건널목을 건너다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었다.

당시 마지막 통화번호는 010-1975-1225. 경찰 말에 따르면 마지막 통화자는 신주화 친구로, 신주화가 부탁한 것이 있어 통화했다는 정도만 청취됐다. 사건 자체가 뺑소니 사고였던 탓에 통화자 소환조사 등은 없었다는 것이 경찰측 입장였다. 그리고 당시의 그 끝자리 번호 1225가 다시 등장했다.

19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이 메인 스트림에 접어들었다. 피아니스트 신성한(조승우 분)을 변호사로 만들었던 여동생 신주화의 이혼과 양육권 소송 실패, 그리고 석연찮은 죽음에 얽힌 사연이 러프하게나마 다뤄졌다.

사망한 신주화의 생일날 묘소를 찾아 한바탕 넋두리를 털어놓고 돌아온 신성한에게 뜻밖의 방문자가 들이닥쳤다. 신주화의 전 시어머니 마금희(차화연 분)다. 동생의 장례식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전 사돈 마금희가 뒤늦은 조문을 하겠답시고 장지를 묻는 행태에 신성한은 분노한다. “뒤늦은 조문 거절합니다. 무례를 범할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 주시죠.”

OSEN

신성한의 축객령에 유감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마금희가 한 마디를 남긴다, “나처럼 독하면 이렇게라도 살아가는 거고 주화처럼 착하면 법전이랑 씨름하다 그렇게 비명횡사 하는 거고. 내가 얘기했었죠. 착하면 큰일난다고, 명심했어야지.”

설상가상이라고 불청객 마금희로 인해 충분히 자극받은 신성한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번호는 010-0794-1225. 전화의 주인은 이제는 신주화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기영(김준의 분)의 새어머니 진영주(노수산나 분)였다. 조카인 기영 일로도 상의가 필요하고 해서 만나고 싶다는 진영주의 제안을 신성한은 “아이 아빠랑 상의하겠다”며 물리친다.

그리고 끊긴 전화기를 들고 투덜대는 진영주의 독백. “다들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달리는 차에 처밀어버린 것 같잖아. 그 부주의한 년은 죽어서도 우아하게 관심을 받는구나. 부럽다. 신주화.”

피아니스트의 변호사 전직이란 밑그림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5회를 끌어오도록 그 계기가 죽은 여동생의 양육권 소송 패소 때문이란 설정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졌었다. 그런데 여동생의 죽음조차 께름칙했다면? 확실히 개연성이 덧칠된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금희를 향해 “어머님 반대만 아녔다면 원래 제자리였어요!”란 진영주의 항변까지 포함해 신주화 죽음의 얼개를 그려보면 마금희의 아들이자 대남전자 대표 서정국(김태향 분)은 진영주와 사귀는 사이였고, 그의 모친 마금희는 진영주 대신 그녀의 친구인 신주화를 서정국의 배필로 택했던 모양이다. 당연히 신주화는 두 사람 사이를 몰랐을 것이다.

신주화는 뒤늦게 남편과 친구의 불륜을 알았겠고 이어진 이혼과 양육권 소송에서 박유석(전배수 분)을 변호사로 선임해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박유석은 진영주 측과 결탁, 금화로펌 파트너 변호사 자리를 위해 신주화를 배신하고 이길 수 있는 사건에서 고의패소했다.

남편과 친구의 배신에 이어 아들 기영의 양육권까지 뺏긴 신주화는 피폐해졌을 것이고 집요한 진영주는 신주화와의 마지막 통화를 통해 신주화를 정신적으로 끝장냈을 것이다.

문제는 진영주의 스탠스다. 진영주는 왜 신주화의 아들 기영을 끝끝내 뺏어와야 했을까? 기업의 상속권이 걸려있는 문제다. 충분히 아들을 낳을 수 있는 연배에, 그 권리를 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자식에게 넘겨준다? 음모도 마다않을 정도로 제법 야망 있어 보이는 진영주의 행보라고 보기엔 석연찮다.

아니면 대남전자 집안이 손이 귀한 집이고 둘째 딸 이후 더 이상 서정국이 후손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린 기영을 일찌감치 세뇌시켜 친모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꿍심일까?

OSEN

그렇다면 살아있는 신주화는 영원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모종의 음모 끝에 신주화를 지워버렸고, 기영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새엄마’로 각인시키는 외삼촌 신성한과의 교류를 끊어버릴 작정을 한 것일까?

그럴 경우 신주화를 본인 표현 ‘달리는 차에 처밀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부주의를 조장하고, 그 순간 신주화에게 달려들 차를 매수하는 정도는 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아니면 단지 신주화의 처참한 몰락이 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제 입으로 말한 ‘부주의한 년’이란 지칭은 사고를 당한 순간의 부주의를 비웃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과 서정국 사이에 아무 눈치 없이 끼어든 행각에 대한 증오의 표현일 수도 있다. ‘부주의를 핑계로 내 것을 뺏어갔으니 너한테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을 거야’란 작심이 기영까지 강탈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마금희의 스탠스도 써금하다. 다짜고짜 ‘착하면 큰일난다!’라니. 게다가 본인 스스로는 ‘독하다’고 자평했지만 “기영이 제 엄마 있는 데는 데려가곤 하니?” “사람을 그렇게 보내고 이렇게 지내는 거 말야. 잠은 오니?” “기영이 엄마 있는데 알아봐라. 내가 데리고 갖다 오마. 그 애 생일이었다.” 등의 대사를 통해선 신주화에 국한해 더없이 다정다감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어쨌거나 마금희의 출현과 진영주의 전화로 신성한은 한껏 달아올랐다. 최후의 포도알을 채워넣고 ‘1225’란 문제의 번호도 휘갈겨 써넣었다. 그렇게 전의를 다진 신성한의 다음 행보는 어찌 될까? 그리고 그 행보를 따라서 아직은 써금써금한 진영주와 마금희의 공백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채워질 수 있을까?

신성한도 그렇지만 공백이 채워진 진영주와 마금희의 본색도 자못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