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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일 정상회담 비판에 “식민지 콤플렉스 벗어나자”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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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방일 당시 모습.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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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0일 ‘굴욕·빈손 외교’ 비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일제히 두둔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의원들은 한·일 정상회담 비판 여론을 “식민지 콤플렉스”로 치부했다. 비판 여론을 돌리기 위한 여당의 한·일 정상회담 두둔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당내 일각에도 “나치의 인종학살에 대해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하는 것은 유대인 콤플렉스인가”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라며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는 게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비판을 ‘식민지 콤플렉스’라고 비하한 것이다. 정 전 위원장은 “양국 국민은 정치인들 관계없이 양국 관계가 좋아지기를 갈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래를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거짓 선동과 편 가르기가 금도를 넘었다”며 “일본의 하수인이라느니 전쟁 화약고라느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내지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러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과거 진보 정부 시절 대일 외교 결과를 끌어들여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김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2006년 ‘일제강점하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민주당 논리면 노 전 대통령이 일본의 하수인이라도 되나”라며 “노 전 대통령이 하면 애국이고 윤 대통령이 하면 굴욕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전형적 내로남불”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원법안에 대해 “일본에 대해 더 이상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당시 민관공동위) 결론에 따라 국가 재정으로 보상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결단은 한·일관계를 김대중-오부치 시대로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기 위한 것이었나”라며 “자신들이 한·일 관계를 개선하면 선이고 윤 대통령이 하면 악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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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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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당 지도부의 주장은 맥락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일 정상회담 분석 좌담회에서 “김 대표의 주장은 민간공동위원회 보도자료에 일부 내용만 왜곡 발췌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며 “2005년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일 청구권협정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라고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향해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한다. 그것이 전 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당시 언론은 “이승만 정권 이후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청산과 관련 배상이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정면 거론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경우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커다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사과했다는 점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사죄’와 ‘반성’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과는 차이가 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의 방일 외교에 대해 대통령실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한다. 웬만하면 입 닫고 있으려 했는데 한심해서 한마디 한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을 피해자가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도시켜 놓고 이것을 외교적 성공이라 자랑하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과거사에서 일본이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역사의 진실은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웅 의원도 SNS에서 정 전 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나치의 인종학살에 대해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하는 것은 유대인 콤플렉스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일본의 사과란 것은 고작 ‘통석의 념’이 전부다. 게다가 식민지 지배나 전쟁 책임을 두둔하는 자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있다”며 “‘그래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치고’라는 식의 사과에 화해의 마음을 가질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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