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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5년간 韓기업 투자 13조원 유치한 '조지아州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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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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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조지아주 정부 신년연설에서 한 한국계 여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연설 중 지난해 조지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들을 소개했는데, 그중 첫 번째로 호명됐고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가장 오래 받았다.

주인공은 김윤희(유니 킴) 조지아주 정부 경제개발국 차관보(사진)였다. 정부 관계자들 성화에 안과 예약까지 취소하고 연설에 참석했던 그는 "박수가 너무 오래 계속돼 언제 앉아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조지아에서 김 차관보는 '영웅'으로 통한다. 최근 5년간 그의 손을 거쳐 조지아가 유치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액이 무려 99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만 59개, 이로 인해 창출됐거나 앞으로 만들어질 일자리 수는 1만6206개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SK온의 배터리 공장인 'SK배터리아메리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의 태양광 공장 등이 모두 그가 담당했던 대형 프로젝트다. 김 차관보가 조지아에서 근무를 시작한 2007년부터 따지면 그가 기여한 투자금액은 190억달러(약 25조원), 일자리 창출은 2만8456개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조지아 주도인 애틀랜타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뉴저지에 이어 한국인(한국계 미국인 포함)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켐프 주지사가 상무장관과 차관을 모두 제치고 김 차관보만 콕 집어 추켜세운 이유다.

한국을 찾은 김 차관보를 최근 매일경제가 만났다. 김 차관보는 토종 한국인이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까지 졸업하고 20대 나이에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소위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일궜다.

올해로 조지아에서 근무한 지 17년이 된 그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지역 비즈니스 인프라스트럭처와 근래 달라진 한국 기업의 투자 방식이 맞아떨어진 결과일 뿐"이라며 겸양을 보였다.

그는 "세액공제 등 현금성 인센티브 규모만 보면 조지아가 제공하는 혜택이 큰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신 가장 중요한 인력 트레이닝 시스템과 고속도로·항구 인프라 같은 비현금성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기업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주정부가 주는 현금 지원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할 사람과 인프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조지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게 김 차관보의 설명이다.

38년 전인 1985년 한국에 투자사무소를 열었을 정도로 국내 기업 유치에 장기간 공들인 조지아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김 차관보는 "2010년 기아가 조지아에 들어온 이후 지역사회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특히 좋아졌다"며 "기아 직원들은 평소에도 회사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로 자부심이 높다"고 말했다. 몇 년 전 기아 현지 전략차종인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를 사기 위해 현지 법인장 '인맥'까지 동원했는데도 차를 구할 수 없었을 때, 김 차관보는 한국 기업의 저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텔루라이드는 한때 5000달러 프리미엄을 내야 겨우 구입할 수 있었을 정도로 현지 인기 차종 중 하나다.

조지아주에는 기아, 인접한 앨라배마주에는 현대차가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기아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 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김 차관보는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인 메타플랜트에서 생산된 첫 전기차는 반드시 사고 싶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행이 잇따르면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차관보는 "분명 반강제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미국에 진출해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는 게 궁극적으로 한국에도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지아를 미국에서 전기차 산업 생태계가 가장 잘 구축된 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정유정 기자 / 사진/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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