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핵심 ‘녹색항로’ 빠진 정부의 ‘해운 탈탄소화 전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달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왜냐면] 염정훈 | 기후솔루션 해운파트 책임·미국변호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와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14일 캘리포니아주와 일본 항만 간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녹색해운항로란 항로의 모든 부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선박의 탈탄소뿐 아니라 항만의 전기화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는 항로를 말한다. 이런 미·일 해운의 발 빠른 기후 대응 움직임을 보니 우리나라의 느린 대응이 더욱 안타깝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세계 해운 분야 탈탄소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 국제해운 탄소 중립을 뼈대로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목표 달성의 핵심 요소가 빠져 있다. 바로 최소 한국-미국-일본을 포함하는 ‘다자간 녹색해운항로 협약’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기 위해선 세계 해운업계의 동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해운의 탄소배출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해운업을 포함했기에 선주들은 2025년부터 유럽연합 항구에 입출항하는 배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국제해사기구(IMO)는 12월 제79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를 열어 2050년까지 국제해운 분야 온실가스를 50% 감축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탄소중립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경제적 조치의 도입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2050년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 0)를 달성하기 위해 각국은 앞다퉈 녹색해운항로 협약을 체결할 뿐만 아니라 탈탄소 연료 개발·공급 체계 등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에이치엠엠(HMM)이 최근 저탄소 메탄올 추진선 9척을 발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앞서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추진전략에선 친환경 선박 개발·보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친환경 선박이 다닐 녹색해운항로 개척을 병행해야 비로소 완성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녹색 항로를 위한 우리 정부의 행동은 굼뜨다.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부산항과 미국 북서부 항만 간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해 타당성 조사를 하기로 한 정도다. 조사는 출발이란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아쉬움이 큰 이유는 이미 주요 세계 항만들은 녹색해운항로를 위해 한발 앞선 노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환적 처리항 1위인 싱가포르 항만공사는 미국 최대 항만인 로스앤젤레스,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의 항만공사들과 녹색해운항로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탈탄소 시대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항만 대 항만 양해각서 정도가 아닌 다자간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중국까지 확대해 최소 3개 국가의 항만공사 간 녹색해운항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면 상황은 크게 바뀔 것이다. 이 각서에는 항만의 설비와 관련 이동수단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과 항만에 정박하는 선박의 무탄소 연료 사용 등 구체적 내용을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노력이 이뤄질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시대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운업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움트는 봄,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네이버 구독! 최신 뉴스를 쏙쏙~▶▶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