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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F인터뷰] "김히어라, 너 행복행이래"…'더글로리'로 확인한 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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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지 않았던 노력 증명…매체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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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히어라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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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김히어라가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단순히 출연한 작품이 자신의 예상보다 더 잘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신드롬급 인기의 주역배우가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뮤지컬배우로 데뷔해 14년간 묵묵히 걸어왔던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런 자신이 함께 걸어온 동료배우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히어라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학폭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히어라는 문동은을 괴롭힌 학교 폭력의 가해자 중 한 명인 화가 이사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 중 이사라는 '모순적'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대표적인 캐릭터다. 대형 교회 목사의 딸로서 신앙심과 화가라는 직업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학폭에 대한 죄의식은커녕 마약에 중독된 채 제멋대로 사는 인물이다.

김히어라가 '더 글로리'와 이사라를 만난 건 오디션을 통해서다. 그의 강렬한 이미지와 몽환적인 눈빛이 작가와 감독을 매료시켰다. 김히어라는 "오디션을 봤다고 해서 캐스팅될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연락받았을 때 감격하면서도 '왜 나를'이라는 걱정도 들었다"며 "감독님과 작가님은 '욕 아니니 절대 오해하지 말라'면서 내 이미지와 눈빛이 사라와 적합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누가 주인공인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채 진행된 오디션이었어요. 당일 30분 전에 대본을 나눠줬었거든요. 문동은 이사라 박연진(임지연 분)을 비롯해 여자 캐릭터들이 담긴 장면이었어요. 단편적인 장면만 보고 캐릭터를 해석해야 했는데, 전 사라가 러블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저와는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박연진 역을 하고 싶었어요(웃음)."

최종 오디션 끝에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 김히어라가 느낀 감정은 울컥함이었다. 특히 출연이 결정되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와 박수를 보내준 스태프들의 모습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는 "눈물이 조금 났다. 내가 기다렸던 정말 영화 같던 순간인 것 같았다. 오랜 시간 공연 생활을 했지만, 아직 매체에 온 지는 얼마 안 돼 내가 대중적이진 않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작가님, 감독님이 그런 나를 선택하고 축하해주는데 그동안 내가 걸어온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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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히어라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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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김히어라는 이사라의 퇴폐적인 모습과 금단 현상 등 세밀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며 싱크로율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김히어라가 이사라와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찰떡'이었다. 이에 김히어라는 조심스럽게 이 부분을 내심 어필하기도 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번째 오디션을 끝내고 일어나려는데 왜인지 모르게 엉덩이가 무겁게 느껴졌어요. 뭐라도 하나 더 말해야 할 것 같았죠. 망설이다가 결국 용기 내서 '제가 그림을 좀 그릴 줄 아는데 또 마침 전시회 중'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은근슬쩍 제 그림체가 제가 생각하는 사라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도 강조했고요. 곧바로 감독님이 다시 앉아보라며 그림에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웃음)"

실제로 김히어라는 극에 필요한 그림을 직접 작업하기도 했다. 다만 아쉽게도 이미지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작품에 등장하지는 못했다. 그는 "(마약중독인 사람의 그림을) 많이 찾아본 뒤 그려봤다. 하지만 현장에서 생각해둔 이미지랑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PD님이 정말 미안해했다"며 "날카로운 선이 너무 디테일한 것보다 그냥 막 칠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결국은 다른 사람이 스케치해 놓은 상태에서 내가 덧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내 그림은 PD님이 아까우니 '전시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캐릭터가 마약 중독인 데다 학폭 가해자라는 설정을 지닌 만큼 김히어라는 부담과 책임감을 안고 촬영에 임했다. '연기'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를 부여하는 등 어떤 영향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비록 작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할지라도 그런 것들이 모여 누군가에게는 상처나 변명이 되는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사라를 연기할 때 늘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가해자를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것도 정당화시키고 싶지도 과장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히어라가 보여준 마약 중독 연기는 단연 최고였다. 여기에는 김히어라의 거듭된 연구와 노력이 담겨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봤으며 이를 통해 얻은 특징들을 사라에게 녹여내기 위해 여러 시도도 해봤다.

"초반에는 각도나 시선을 신경 썼어요. 그래서 사라는 평소에 대부분 나른하게 늘어져 있어요. 마약 증세가 심해지다 보면 뇌도 점점 굳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의 회로가 다른 거죠. 그래서 친구들과 있을 때 리액션을 느리게 하고 말과 말 사이에 버퍼링을 넣어 버벅거리게 하는 등 차이를 뒀어요. 예를 들면 '뭐냐. 단어 뭐냐' 이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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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히어라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주된 주제인 학폭에 관해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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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이사라는 운이 좋게 반짝하고 떠오른 캐릭터가 아니다. 김히어라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으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14년 차 배우가 됐다. 지난 2021년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부터 매체로 무대를 옮겼기에 안방극장에서 익숙한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탈북자 계향심 역, '진검승부' 태실장 역 등 짧은 출연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매체 진출 약 2년 만에 '더 글로리'로 입지를 빠르게 또 제대로 다진 김히어라다. 이러한 유의미한 성과는 김히어라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혜교언니가 처음 본 날 '공연하는 동료들에게 잘한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며 인사해줬어요. '더 글로리'도 혜교언니의 말도 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했죠.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어요. 결국 그 가치들이 내게 돌아오는 것 같았죠. 주변에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배우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도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는 걸 누군가는 다 지켜보고 알아주고 있는 것 같으니 더 열심히 하자'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의 영광을 짧게 즐기고 털어낼 계획이다. 차기작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2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사라 못지않게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귀띔한 그는 "'경이로운 소문2'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외적인 모습도 많이 달라지니 기대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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