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선 인간만이 생각하고, 세상을 알아보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다. ‘사냥과 채집’ 시절에는 그날 하루 생존에만 집중해야 했지만, 1만 년 전 농사를 지으며 정착하기 시작한 인류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인류는 깊은 고민에 빠져버린다. 아픔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험한 세상을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보다 더 먼저, 더 많은 걸 경험한 부모님들과 조부모님들은 이미 돌아가셨고, 그들은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인류는 ‘신’이라는 존재에게도 도움과 조언을 부탁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대부분 침묵이었다. 이 세상에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우리의 걱정을 들어주는 존재는 오로지 다른 사람들뿐이었던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다른 이들을 찾았던 인류는 외계 생명체의 흔적과 신호까지도 찾아보지만, 여전히 이 거대한 우주에서 우리는 홀로인 듯했다. 결국 인류의 역사는 1만년이라는 긴 시간의 고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인간과 대화가 가능해진 생성형 인공지능,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와의 첫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조상도, 신도, 외계인도 풀어주지 못했던 1만년의 긴 고독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