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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월급만으로 못 살아"…수익률 -65%에도 존버하는 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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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김창현 기자,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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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김모씨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현황/사진=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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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 김모씨(30)는 2년 전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김씨의 투자 수익률은 -64.82%지만 투자를 멈출 생각은 없다. 그는 "월급만 받아서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투자다. 작년에 90% 이상 손실을 봤을 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언젠가 다시 오를 거라는 희망으로 계속해서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과 루나·테라 사태 등을 거치며 가상자산 투자 규모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투자를 이어가는 투자자들이 있다. 대부분 단기간 자산 증식을 위해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가 지난 19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약 1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55조2000억원과 비교해 6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23조원)와 비교해서는 16% 감소했다.

가상자산 투자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가 대거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2년간 각종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진모씨(32)는 보유하던 자산을 지난 1월 모두 '손절'했다. 진씨는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자를 시작했다"며 "손실을 크게 보고 나니 월급이라도 차곡차곡 모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30∼40대 남성들이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IU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 고객의 수는 627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133만명(21%)이 30대 남성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40대 남성이 120만명(19%)으로 뒤를 이었다.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가상자산 투자에 나섰다. A씨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합리적 투자"라며 "궁극적으로 부동산, 혼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남성 직장인 전모씨(34)는 "가상자산에 투자해 잃은 돈이 더 많지만 반대로 벌었던 경험도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투자할 수 있겠냐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 남성들, 특히 30대 남성의 경우 내 집 마련과 결혼 등의 생애 준비를 위해 자산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투자자산보다 위험성은 높지만 내리고 오르는 폭이 큰 가상 자산시장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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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고객센터에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의 시세가 전광판을 통해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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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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