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믹스커피 마실 때 이름 적는다”... ‘직장인 거지 배틀’ 뭐길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직장 거지 배틀'이 화제되면서 재조명된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 '좋좋소'의 한 장면. 중소기업의 현실을 다양한 상황 설정과 디테일한 현실 고증으로 녹여냈다. /왓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중소기업 신입사원 10명 중 2명은 입사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각자 열악한 복지를 주장하는 ‘직장 거지 배틀’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장 거지 배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각자 자신의 직장 복지가 열악하다고 주장하며 ‘웃픈’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이는 한 네티즌이 “우리 회사는 커피 믹스 마실 때마다 이름 적어야 한다. 손님 오면 사장이 장부에 적는다. 사장이 수량을 맞춰본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에는 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네티즌들이 각자 회사의 ‘궁상맞은’ 사례를 공유했다. “수정테이프 다 쓰면 다 쓴 거 보여주고 리필 받는다” “책상은 3개인데, 사원은 4명이라 책상 중간 칸만이 다 빼고 의자만 추가해서 사용한다” “달력 하나를 3명이 나눠 쓴다” “총 사원 수 20명인 중소기업인데 종이컵에 이름 적고 온종일 그것만 써야 한다” “오전에 불 끄고 일한다” “윈도우 정품 안 쓴다” 등이다.

‘직장 거지 배틀’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퍼졌다. 여기에는 “여자화장실 변기 막혀서 기사님 부르니까 사장이 ‘자기가 쓰지도 않는 여자화장실 수리 비용을 왜 내야 하냐’고 했다” “매직 등 소모품 다 떨어지면 사장 아내에게 확인받아야 리필해줬다” “와이파이에 비밀번호 걸어놓고 이사급 이상만 쓴다” “정수기 물값 각출한다” 등 다양한 사연이 공유됐다.

네티즌들은 “저 정도면 월급은 제대로 주나” “저렇게 아껴서 돈 버는 회사는 망한 회사라고 들었다” “공감돼서 슬픈데 웃겨서 계속 보게 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 거지 배틀’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라는 네티즌도 있었다. 복지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노동력만 강구한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중소기업 퇴사율 높은 이유가 다 나와 있다”며 “실제로 이런 회사는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우리는 믹스커피 타 마실 때 마다 이름 적어야 한다"며 올라온 '직장 거지 배틀' 글. /온라인 커뮤니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왓챠의 대표 흥행 오리지널 콘텐츠 ‘좋좋소’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좋좋소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다양한 상황 설정과 디테일한 현실 고증으로 녹여낸 드라마다. 여기서는 사장이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직원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싸 올 것을 권유하고, 느려진 회사 노트북을 바꿔주지 않는 등의 장면이 연출됐다. 회식 비용을 각출하고, 사장이 직원에게 회사 자금 대출을 대신 받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대한민국 중소기업 현실을 잘 담았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분간이 안 가는 다큐멘터리” 등의 평을 남겼다.

한편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17%가 입사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이 가운데 입사 후 3개월 이내 퇴사한 신입사원은 56.4%로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퇴사 현황을 물은 결과다.

조선일보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이 회사에 밝힌 퇴사 이유로는 ‘실제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5.7%(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가 41.4%로 2위였다. ‘다른 기업에 취업했다’(36.4%), ‘기업문화가 맞지 않는다’(22.9%), ‘연봉이 낮다’(17.9%), ‘업무량이 많다’(15.7%)가 뒤를 이었다.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채용 시 직무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41.9%)와 ‘연봉 외에 인센티브 등 다양한 보상을 도입해야 한다’(31.9%)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직장 거지 배틀’의 핵심인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에는 31.9%가 동의했다. ‘채용할 때 조직문화와 복지제도에 대해 공유해야 한다’(24.4%)는 의견도 있었다.

[박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