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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구급차 뺑뺑이' 없애 응급사망 10%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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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발표…"전국 어디서나 골든타임 내 진료"
의료취약지도 '365일' 치료받을 수 있게…요일별 당번병원제 운영
非응급환자 접수 시 본인부담금↑…중증도 맞게 기관별로 역할 분담
신고·처치부터 이송·진료·전원 등 전 과정 평가 도입…인센티브 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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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진료 순번 관련 안내 문구.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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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란 게 환자가 와서 잠깐 치료하고 갈 수도 있지만 의식이 없는 (중증 응급) 환자가 왔을 때 우리 국민이 소생할 확률을 높이는 게 첫 번째 목표라 생각해요. 현장에서 고민해봤더니 (환자가) 빠르게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야 하고, 응급처치가 잘 이뤄져야 하고, 거길 떠나 입원한 병원에서 최종적으로 수술이 이뤄져야 생존율이 올라가는데, 이 세 단계가 단절돼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2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영 교수(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서관에 위치한 감염관리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밝혔다.

소위 '빅(big) 5'로 꼽히는 아산병원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평가한 '2023 세계 최고 병원'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의료기관으론 최고 순위인 병원조차도 응급환자 대응에서는 고질적인 한계를 느껴왔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심리스(seamless)'라 표현되는, 단절 없는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위해선 골든타임 내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올바로 '전원'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료 관련 기관들이 공유하는 중증도 등에 관한 객관적 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여건이 안 되는 병원에선 환자를 받아줄 곳을 찾아 몇 시간이고 전화를 돌리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2021년 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119의 구급대 재이송 사유 중 '응급실 병상 부족'이 16.2%에 달했다. 부적정한 병원으로의 이송은 수용 거부나 잦은 전원으로 이어져 사망률 증가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실제 중증응급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은 2018년 5.7%에서 지난해 6.2%로 증가했다. 인력·병상도 물론 부족하지만, 있는 자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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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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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비전으로 삼은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올 1월말 내놨던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뒷받침하는 중증·응급 분야의 세부 개선대책이다.

정부는 향후 5개년 계획을 통해 중증응급환자의 원내 사망률을 6.2%에서 2027년 5.6%로 10% 줄이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응급환자가 적정시간 안에 최종치료기관에 도착할 확률도 지금은 50%가 채 안 되지만(49.6%),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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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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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최우선으로 방점을 둔 부분은 응급환자의 중증도 평가기준 통일이다.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는 단계부터 일치된 기준에 기반해 적정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응급환자를 분류하는 체계인 케이타스(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를 토대로 구조 현장과 병원 간 통용될 수 있는 기준(Pre-KTAS)을 먼저 다듬기로 했다.

또 매년 1번씩 시·도별로 구급차, 질환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명과 위치 등 관할 응급의료자원을 주기적으로 조사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명이 표시된 응급질환별 이송지침과 이송지도를 마련하고, 구급대와 지역 주민이 직접 활용케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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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소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전경.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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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증외상·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응급질환부터 내년까지 구축하고, 경증질환으로 차츰 확대할 방침이다. 이같은 체계가 세워지면, 1단계에선 A병원이나 B병원→2단계 C병원 및 D병원→3단계 E·F 병원→4단계 가장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 등으로 지자체 주도의 응급이송체계가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증도에 따라 각 응급의료기관이 명확히 구분된 진료기능을 전담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도 점진적으로 정비한다.

정부는 현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 사이 역할 차이가 모호한 점에 주목했다. 해당 기관들을 각각 중증, 중등증, 경증 담당으로 세분화하고, 역할이 직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명칭도 변경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이들 응급의료기관의 명칭을 중증응급의료센터-응급의료센터-24시간 진료센터로 바꾸는 안을 검토했지만, 현장의 혼란과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최종안에서는 이를 제외시켰다.

개편 전달체계의 진료 기능과 지정기준, 보상방안 등은 명칭과 함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와 연구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개편 내용이 반영된 전달체계 시범사업은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시설·인력·장비 중심인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도 수술, 시술 최종치 역량을 포함시켜 통합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구급차 없이 환자 측이 직접 응급실을 찾는 경우에도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상담을 통해 중증도에 적합한 병원을 내원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경증이나 응급상황이 아닌 환자들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무작정 찾고 보는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간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비응급환자들이 몰리다 보니, 정작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들이 밀려나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정부는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에 접수할 경우 다른 적정 의료기관을 안내함과 동시에 높은 본인부담금 관련 사전동의 절차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개별 병원에서 24시간, 365일 대응이 어려운 중증응급질환은 병원 간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완결적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지자체별 자원조사에 기반해 지역 단위로 병원 간 순환당직(요일별 당번병원제)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치료 제공이 어렵거나 부적정할 때는, 다른 병원으로 쉽게 전원을 의뢰·회송할 수 있는 경로도 지원한다. 다만,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 '퐁당퐁당 근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력이 없는 지역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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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영 교수(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가 21일 오전 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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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 교수는 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취약 과의 의료인력의 문제는 분명 있고,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환자가 원래 진료를 받던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 환자선택권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을 수도 있고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지만 최소한 그 지역의 어떤 카테고리 내에서 이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갈 수 있는 곳이 최소한 한 곳(이상)은 돼야 한단 개념으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각 지역의 의료인력과 시설·병실이 얼마나 되는지 사전에 논의해서 서로 간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당직 순번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할 것"이라며 "중증응급의료센터는 3차 기본계획과 달리 평가 시 가점을 줘서 유인책이 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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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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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부는 신고·처치부터 이송, 진료, 전원에 이르는 응급의료 전(全) 과정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응급의료체계 평가'를 도입한다. 평가 결과는 응급의료기금의 지자체별 보조 규모 등과 연동해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자, 구급대, 의료기관 등 수요자별 이용을 고려해, 응급의료자원정보시스템(종합상황판)을 맞춤형 응급의료정보 제공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한다.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증상을 입력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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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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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밖에 응급구조사(1종)의 업무 범위에 △심전도 측정 및 전송 △심정지 시 에피네프린 투여 △아나필락시스 쇼크 시 에피네프린 투여 △정맥로 확보 시 정맥혈 채혈 △응급 분만 시 탯줄 결찰(묶기) 및 절단 등 5종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구급대원의 구조 현장에서부터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해 이송·진료 사이 소요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이와 관련한 임상병리사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환자 중심으로 응급실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위험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시각으로 접근했다"며 "입법예고 과정에서 임상병리사협회의 의견을 듣고, 어떤 게 가장 적합한 방안인지 추가로 더 의견 수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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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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