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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이러다 후쿠시마산 수산물도 들어올라’ 불안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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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민 안전·건강 최우선”에도 대일 저자세 외교에 우려

시민 “후쿠시마 말만 들어도 께름칙” 상인 “장사 더 안 될 것”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제동원(징용) 해법 등에서 확인된 대일 저자세 외교로 미뤄볼 때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정부가 끝까지 지켜낼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해당 논의가 있었는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 정부가 지켜온 기본 원칙이다.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제소한 건에서 한국 정부가 2019년 2심에서 승소했을 때도 외교부는 “1심 패소 이후 지금까지 ‘국민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했다. 일본 8개현 28종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시민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1일 만난 시민들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줄곧 일본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혹시 규제가 풀리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상인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수입되면 장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20년 넘게 생선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대선에서 뽑은 사람이니 믿고 싶은데, 일본이 조건을 좋게 내걸면 수입에 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나온 60대 여성 윤모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정상회담 내내 일본 입장에 끌려다녀서 불안하다”며 “수산물이 만약 들어오면 생선을 안 먹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제주산 갈치를 산 오모씨(85)도 “(후쿠시마 얘기를 들으면) 수산물 사먹기가 께름칙하다”며 “정부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예고한 데 대해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오염수가 어느 정도 방사능물질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면서 “정부는 회담이라는 외교적 자리에서 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했다. 35년차 해녀인 고송자 해녀협회 사무국장은 “직접 바닷물을 먹는 직업인데다 사람들이 제주도 물건을 사지 않을까봐 걱정이 된다”면서 “방류 날짜가 코앞인데 우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논의는 전혀 없던 것 같다”고 했다.

전지현·김송이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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