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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美반도체법 세부규정 공개… 삼성·SK, 보조금 받으면 중국 생산 5% 이상 못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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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서 규정한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기술 개발을 통해 한 웨이퍼당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것은 생산 능력으로 보지 않겠다고 하면서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화웨이 등 중국 업체와의 공동 연구 개발 금지 방침도 재확인했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관보 등을 통해 공개했다.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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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법은 중국이 간접적인 혜택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material expansion)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상무부는 이날 공개한 규정안에서 ‘실질적인 확장’을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규정했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했다. 또 이전 세대의 범용(legacy)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하게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비교적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기술적 수준에 따라 5~10% 생산시설 확장 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이미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 앞선 기술의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생산시설의 기술적인 업그레이드까지 ‘실질적인 확장’으로 규정해 제한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기술 수준의 반도체만 계속 만들어서는 중국 기업의 추격을 뿌리치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업계는 중국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계속 열려 있게 돼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계속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두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상무부가 작년 10월 발표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는 미국 기업이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 18n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작년 10월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미국 정부와 협상해 삼성과 SK가 1년 동안은 중국공장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장비를 수입해도 된다는 포괄적 허가(license)를 받아내기도 했다.

삼성과 SK는 미국 정부의 허가로 올해 10월까지는 중국공장에서 이들 장비를 계속 수입할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앨런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상한(cap on level)을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악은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가 노력해서 많은 부분을 따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양국 정부의 협상을 통해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정부 발표 내용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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