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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연임 성공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금융권 메기 역할 톡톡 [CEO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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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4연임.

금융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록이다. 이 힘든 걸 윤호영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대표(52)가 해냈다.

카뱅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윤호영 현 대표의 4연임 안건을 의결했다.

윤 대표는 대한화재를 거쳐 ERGO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 덕에 금융과 ICT 산업을 두루 아는 전문가로 분류됐다.

2016년부터 카뱅 산파 역할을 하며 초대 공동대표로 취임한 윤 대표는 이후 카뱅의 급성장을 이끌어왔다. 출범 1931일 만에 2000만 고객 달성, 전 세계 인터넷은행 최초 기업공개(IPO), 누적 영업이익 7460억원 달성 등이 윤 대표가 작성한 대기록이다. 이는 한국 인터넷은행의 역사기도 하다. 특히 2021년 역사적인 상장을 통해 2조5525억원을 일찌감치 조달해놨다는 점도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자금을 확보한 덕에 카뱅은 중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실적 면에서도 카뱅은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19년 첫 흑자를 기록한 카뱅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영업수익 1조6058억원, 영업이익 3532억원, 은행의 수익성 지표로 꼽는 당기순이익도 2631억원을 기록해 최대 실적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총자산은 2019년 대비 91% 증가한 40조8398억원(지난해 9월 기준)에 달한다.

인터넷은행의 또 다른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도 1644만명 규모로 2위 KB국민은행(약 1000만명)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윤 대표는 평소 “카뱅이 언급해왔던 넘버원 리테일 은행의 모습은 여수신 규모로 리테일 분야 1등이 아닌, ‘고객이 가장 많이, 자주 이용하는 은행’이라는 목표가 담겨 있다. 카뱅을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 목표를 향해 달려왔고,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다.

따라서 윤 대표의 이번 연임은 창업 공신에 대한 재신임이자 실적과 리더십에 합격점을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카뱅 임추위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카뱅 혁신과 지속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리더라는 점에서 대표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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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신용평가모델(CSS) 안착

윤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경영하면서 주안점을 뒀던 사안 중 여럿이 뚜렷한 결과물을 보인 것을 보람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일단 카뱅은 종전 은행이 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차별화하면서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IT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26주적금’ ‘모임통장’ ‘개인사업자뱅킹’ 등 기존에는 없던 혁신적인 상품을 내놨다. 또 중도 상환 수수료, ATM 이용 수수료, 이체 수수료 등 모든 수수료 면제 정책을 통해 고객의 금융 비용을 선제적으로 절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체 신용평가모델도 계속 키워왔다.

지난해 기자간담회 때 그는 CSS를 자주 언급했다. CSS는 크레디트스코어링시스템의 약자다. 말 그대로 신용도를 점수화해서 관리하는 자체 신용평가 방식이다. 이와 관련 “중저신용 고객, 신파일러 고객을 위한 CSS 고도화를 비롯해 피싱 예방 등 고객들의 금융 문턱은 낮추고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이런 공언은 현실이 됐다.

카뱅은 CSS를 통해 중저신용 고객에게만 출범 후 2022년 말까지 누적 7조1106억원의 무보증 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카뱅의 연체율은 0.49% 정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 영향으로 국내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한 것을 감안하면 연체율에서 상당히 선방한다고 볼 수 있다.

카뱅 관계자는 “당사의 독자적인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카뱅만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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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은 아쉬워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지점은 카뱅 주가다. 2021년 상장 후 카뱅 주가는 한때 9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총자산, 당기순이익 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보다 시가총액이 컸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과열됐던 주가는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 조짐 여파로 조금씩 꺾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공모가(3만9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블록딜(대규모 지분 거래), 카카오톡 송금 금지 등 악재가 계속 노출된 탓도 컸다.

3월 중순 기준 2만원대를 형성하다 보니 주주는 물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여전히 갖고 있는 내부 직원 불만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일부 주주는 “2021년 윤 대표가 (스톡옵션) 15만6000주를 행사해 90억원이 넘는 이익을 봤는데 정작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는 제한적이었다”며 “좀 더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인터넷전문은행 1인자라지만 최근 케이뱅크가 선전하고 토스뱅크가 등장하면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펼쳐졌다.

케이뱅크는 KT 대주주 문제 해결 후 증자에 계속 성공, 흑자 경영을 하며 인터넷은행 2호 상장을 노리고 있다.

토스뱅크는 토스와 하나의 앱을 공유하는 ‘슈퍼앱’ 전략을 쓰면서 지난해 12월 MAU 387만명을 넘겼다. 2021년 101만명 대비 3배 성장한 수치다. 올해는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카뱅도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처음으로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됨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선보인다. 지난 13일 381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과 13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뱅 관계자는 “기존 ‘주식계좌 개설’ ‘제휴사 대출 추천’ ‘제휴 신용카드’뿐 아니라 다양한 인증 사업과 코인원 제휴, MTS 탑재 등으로 플랫폼 역량을 넓혀나가고 있다. 비대면 모바일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판단은 일단 긍정적이다.

나민욱 DS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출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 점유 비중(커버리지) 확대, 지난해 말 출시한 개인사업자(소호) 신용대출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해 건전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이 얻지 못하는 부가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MAU가 워낙 높다 보니 이를 활용, 광고 수익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 기대다.

물론 그럼에도 각 증권사 목표주가는 여전히 공모가에 못 미친다.

4기 윤호영호(號)는 카뱅 장단점이 충분히 노출된 만큼 얼마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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