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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檢, 아들과 짜고 남편 살해 후 ‘가정폭력’ 주장한 40대에 무기징역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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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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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공모해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수사기관에서는 남편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때문이었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를 받는 아내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전지검은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43)와 아들 B 군(16)의 존속살해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A 씨에게는 무기징역,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아들 B 군과 함께 지난해 10월 8일 집에서 흉기와 둔기로 남편 C 씨(50)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A 씨는 C 씨가 잠이 들자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심장 부근을 찔렀고, 잠에서 깬 C 씨가 저항하자 B 군이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A 씨는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B 군은 C 씨의 시신을 욕실로 옮겨 씻는 과정에서 시신을 흉기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도 받는다.

같은 해 9월 18일에도 A 씨는 C 씨와 사업 실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던져 다치게 하고, 같은 달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고 있던 C 씨의 눈을 찌르기도 했다.

B 군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한 A 씨 역시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하지만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오히려 소주병으로 맞아 상처를 입은 건 고인이었음이 드러났고, B 군은 ‘정강이로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며 허위 진술이었음을 시인했다.

검찰은 “A 씨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고 자신의 언어 장애를 비하한다는 이유로, B 군은 가정불화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신의 외모와 성적을 나무랐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 씨는 남편에게 제초제와 최면진정제, 정신신경용제를 투여하고 가슴을 부동액으로 찌른 데 이어 둔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했다. 아들과 함께 잔인한 살인 방법을 계획한 뒤 실행하고도 고인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주장해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며 A 씨에게는 무기징역,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숨진 C 씨가 사망 사흘 전 작성한 노트에는 ‘눈을 다친 뒤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힌 글귀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안과 진료 후에도 의사에게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라고 주장했고, 여동생에게도 사고로 눈을 다쳤다고 둘러대며 아내를 감쌌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흉기에 찔린 후에도 ‘아들이 감옥에 가면 안 된다. 날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아내가 또다시 자신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현재까지 거의 매일 86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시댁 식구들에게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드린다. 가정의 불행은 저 혼자 짊어졌어야 했는데 아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고,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4일 오후 2시 열린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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