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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동연 경기지사 “윤 대통령 외교참사 해명은 아집과 독선…나라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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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우는’ 김동연 경기지사, 윤석열 정부 작심 비판

경향신문

김동연 경기지사는 “윤석열 정부는 기득권 깨는 얘기를 하면서 노조 기득권을 예로 들고 있지만 정말 깨야 하는 기득권은 검찰 기득권처럼 권력의 핵심을 갖고 있는 기득권”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 정치·경제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로 가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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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은 빈손 외교
일본 기만 살려주고 돌아와

경제 모르는지 장밋빛 전망뿐
윤노믹스는 없고 ‘윤 리스크’만
노조 때린다고 경제 살아나나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나 정부의 정책 방향, 비전 부재, 이런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건 경기도 도정을 책임지는 사람이자 경제부총리하면서 대한민국 경제 운영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 아닌가요?”

취임 9개월째. 김동연 경기지사의 행보가 180도 달라졌다. ‘관료’에서 ‘정치인’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전임 지사 시절 벌어졌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사정당국이 자신의 집무실을 비롯해 10여차례나 도청사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하자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청구서만 받아온 한·일 정상회담

김 지사는 지난 21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국익, 국민, 국격이 없는 ‘3무 외교’ ”라며 “일본의 호응은 고사하고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빈손’ 외교이자 일본의 기만 살려주고도 청구서만 잔뜩 받아온 역사에 기록될 외교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정부는 회담을 통해 일본 국민의 마음은 얻었는지 몰라도, 우리 국민들은 마음을 닫아버렸다”며 “무능의 극치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가치와 철학을 크게 흔들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우리 외교나 대일관계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불과 5분30초 얘기를 했다”며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와서는 기념사도 아닌 모두발언을 몇십분씩 장황하게 했는데 그 내용들을 보면 아집과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어떻게 대통령이 해외만 나가면 국민이 걱정을 해야 되고, 대통령은 갔다 오면 해명하기 급급하냐”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A4용지 16장, 7800자에 달하는 긴 분량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 등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을 23분간 설명했다.

윤 정부 출범 후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낙제’라는 박한 평가를 내놨다.

김 지사는 “윤노믹스 같은 것은 없고 윤 리스크만 있다”며 “그래서 관치경제를 넘어서 ‘권치경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 3무를 말했는데 여기서도 비전 없고, 이 어려운 시기에 비상대책 없고, 경제적 리더십 없는 ‘3무 경제정책’ ”이라며 “정부가 지금 정확한 경제실상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장밋빛 전망만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경제 상황, 대내외적인 국제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금의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조 때린다고 경제가 살아납니까?” 김 지사는 노동시간은 단축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노동시간이 주 69시간이든, 60시간이든 ‘과로사회’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윤 정부는 기득권 깨는 얘기를 하면서 노조 기득권 얘기를 대표적인 예로 삼고 있다”며 “그런데 정말 깨야 하는 기득권은 검찰 기득권을 포함해 권력의 핵심을 갖고 있는 기득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정부가 지난번에 건설노조 문제에 대한 강경책을 통해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까 노조 문제나 노동시간 문제에 있어서도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근로시간 연장 등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선감학원 사건, 정부 사과해야

김 지사는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폭력’으로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것들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자체(경기도)에 유해발굴을 떠넘기는 처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 지사는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에 시작돼 군사정권까지 이어진 국가폭력이지만 아직까지 가해자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혀 없다”며 “비슷한 사례로 이태원 참사 때 정부의 진상 규명이나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있었냐”고 반문했다.

경기북도 신설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임기 중에 ‘선의의 대못’을 박아 놓겠다고 했다. 경기북부의 360만 인구와 잘 보전된 환경과 생태계를 바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함께 이 지역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면 국가 경쟁력이 1~2% 상승할 것이라는 게 김 지사의 견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2026년 7월 출범시키겠다는 게 김 지사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단’을 설치했고, 지난 1월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구체적인 추진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는 민관합동 추진위원회 확대, ‘기본계획 및 비전·발전전략’ 수립, 범도민 공감대 확산 등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과거 정치권에서 선출직들이 정치적인 구호로 경기북도 이야기를 하면서 선거에 이용하다가 정작 선거가 끝나면 백지화하거나 형식적으로 하는 척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임기 내에 이러한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비전과 계획을 만들어서 경기 북부가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GPT 활용, 발달장애인 예술창작단 육성

김 지사는 생성형 인공지능(GPT)을 활용한 발달장애인 예술창작단 사업을 추진하고, GPT 관련 미래기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반도체의 생산 부가가치의 83%가 경기도에서 나오고, 바이오의 부가가치 45%가 경기도에서 나온다”며 “GPT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경기도가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임기 내 100조 투자 유치할 것

정부가 최근 용인시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경기도는 ‘반도체 지원 전담기구’(TF)를 이미 구성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삼성과 반도체산업 투자에 대해 협의해왔는데 그 결실을 보게 됐다”며 “용수나 전기공급을 포함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 경기도를 세계적 반도체 클러스터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용인 클러스터가 추가로 조성되면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의 소부장기업, 판교 팹리스 밸리 등을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현재 경기지역에는 삼성전자가 기흥에 7팹(Fab·반도체 공장), 화성에 반도체연구소와 6팹을 운영 중이며, 평택에 6팹을 조성 중이다. 기흥에도 연구팹이 건립되고 있다. 이밖에 SK하이닉스가 용인 원삼면에 415만㎡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9개월간 20개국의 외국 사절단을 만났다.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그는 “경기도에 외국대사나 외국 기업 CEO들의 발길이 잦은 것은 반가운 일로,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장과 성과를 내고 있다”며 “외국 대사들의 경우 대다수가 경기도와의 협력 관계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임기 내 100조원 투자 유치’를 자신했다. 실제 김 지사는 취임 후 현재까지 30여개 해외 기업과 협의 중으로, 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김동연 프리미엄’에 대해 묻자 세 가지가 있다고 답했다. 첫째 진정성, 둘째 경제부총리까지 한 경제 분야 전문가이자 나라 살림을 책임졌던 경험, 셋째는 해외 네트워크뿐 아니라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등과 소통했던 경제관료로서 34년 동안 쌓아온 인맥과 신뢰라고 했다.

“약속하면 꼭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초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인터뷰 도중 김 지사 책상 한쪽에 놓여 있는 조그마한 명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흔한 용무늬 자개도 없고, 크리스털도 아닌 검은색 나무 명패였다.

김 지사는 “41년 전 사무관 첫 발령 때 부처에서 받은 명패”라면서 멋쩍게 웃었다. 명패 앞쪽에는 직위도 없이 ‘김동연’ 이름 석자만, 뒤쪽에는 ‘정직·성실·창의’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김 지사는 공직생활 내내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 명패를 썼다. 경기지사 취임 후 다시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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