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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파트 부엌 리모델링 하다 '깜짝'…400년 된 벽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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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파트 부엌 리모델링 중 발견된 400년 묵은 벽화.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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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한 작은 아파트에서 부엌을 리모델링중 400년 전 벽화가 발견됐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영국에서 가장 유서깊은도시중의 하나인 잉글랜드 요크시에서 17세기 시를 표현한 벽화가 발견됐다.

아파트 소유자 루크버드워스(29)는 CNN을 통해 얼마 전 공사 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며 “그는 아주 무심한 말투로 '여기(벽) 뒤에 그림이 있는 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버드워스와 그의 파트너 헤이즐무니(26)는 부엌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임시 거처로 옮겨와 생활하고 있다.

그가 아파트로 향했을 때는 이미 새 부엌장이 벽에 설치된 상태였다. 주변에는 인부들이 떼어낸 희미한 그림 조각만 놓여 있었다. 그때 그는 거실 반대편 벽 뒤에도 옛날 벽화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래층에 카페와 서점이 있는 이 아파트는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버스워스는 “다른 쪽 벽들 안쪽 공간에도 역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며 “그림들은 서로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벽 장식 뒤에 숨겨져 있던 그림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2.7m와 1.2m로 윗부분은 천장에 가려져 있었다.

요크시는 고대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버드워스가 2020년 10월 산 아파트는 요크시 주요 도로 가운데 하나인 미클게이트 성벽 사이에 있다.

버드워스는 스스로 역사적 고증을 하고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가 1635년에 쓴 ‘임블렘스’ 속 장면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벽화가 먼저 그려졌다”며 벽화가 있는 벽 주위로 건축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버드워스는 “우리는 벽화가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이었다”며 “흰 수레를 탄 남자의 그림은 천국으로 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벽화 속에서 천사가 새장 속에 갇힌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 장면은 성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아파트 부엌 리모델링 중 발견된 400년 묵은 벽화.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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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워스는 역사적 장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사적(史跡)위원회’에 이같은 사실을 전했고, 위원회 측은 전문가들을 보내 현장을 살펴보고 정밀 촬영을 해 갔다.

위원회는 벽화가 그려진 때를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시들해진 1700년 사이로 추정했다고 버드워스는 전했다.

사적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요크시 미클게이트의 아파트에서 17세기 벽화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파트 소유자들이 벽화를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드워스 커플은 이들 벽화 보전에 투자할 돈은 없지만, 이들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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