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3일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로 의심되는 인물을 몬테네그로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Bloomberg 갈무리) 2022.05.17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인터폴에 신청해 발부된 적색 수배에 따라 권 대표로 의심되는 사람을 검거했다”며 “최종 신원 확인을 위해 몬테네그로 측에 십지지문을 요청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지문을 통한 공식적인 신원 확인이 진행 중이지만, 붙잡힌 곳이 그동안 (권 대표가) 도피했던 세르비아와 접경한 곳인데다 영문 성명과 생년월일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필립 애드직 몬테네그로 부통령 겸 내무부장관도 23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명수배자 중 한 명인 테라폼랩스의 공동 설립자 한국인 권도형을 구금 중”이라며 “그는 위조문서를 사용한 혐의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 억류돼있으며 공식 신원 확인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 대표가 의도적으로 시세조종을 해 가상화폐 투자자에게 50조원 넘는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작년 5월 권 대표의 회사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99% 이상 폭락했다. 당시 루나와 테라가 상호 보완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던 체계가 갑자기 깨지면서 피해액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당시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동반 폭락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검찰은 권 대표의 여권을 취소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 싱가포르도 권씨에 대해 수사 중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소장에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의 사기성 수법으로 최소 400억달러(약 52조원)의 시장가치 손실이 발생했다”며 “권씨가 미국의 투자자들을 반복적으로 오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대표에 대해 인터폴에는 최고 등급 수배인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다.

[김승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