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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손일선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5% 성장도 쉽지 않다”고 인정한 中 2인자… 기술 자립으로 美에 맞서고 내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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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이 올해 5% 성장(국내총생산 기준)을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3월 개최된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올해 중국 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액션플랜을 내놓은 것이다.

양회 둘째 날인 3월 5일 리커창 전 총리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5% 안팎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예상을 깨고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를 내놨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내놓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시장의 전망치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기구와 투자은행(IB) 등 17개 기관이 내놓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은 5.21%다. 특히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각종 통계로 드러나면서 기관들이 앞다퉈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중국 당국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목표치를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2인자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번 양회를 통해 리커창에 이어 신임 총리에 오른 리창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 총량이 120조위안(약 2경2700조원)을 돌파하면서 출발점 자체가 높아지고 새로운 도전도 적지 않기에 5%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리커창 전 중국 총리는 3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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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의 회복력이 아직 견고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약한 소비자 신뢰, 둔화하는 수출, 여전히 압박받는 부동산 시장을 고려할 때 중국 최고 지도부가 경제 회복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5%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3년은 시진핑 집권 3기를 시작하는 첫해인 만큼 반드시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이 내놓은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4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이번 양회를 통해 기술 자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회 폐막 연설을 통해 “지금부터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당과 전국 인민의 중심 임무”라면서 “과학기술 자립·자강 능력을 제고하는 데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몽 달성을 위해서는 기술 자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이 이번 양회에서 공산당 직속기구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해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집중통일영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집중통일영도는 시 주석 중심으로의 결정 권한 집중을 의미하는 용어다. 그동안 국무원에서 총괄하던 과학기술 분야를 시 주석이 직접 챙기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자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기술 자립에 쏟아 부으려는 의도다. 기술 자립이 없으면 중국 경제 발전도 헛된 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민영기업 기 살리고 창업 독려하고
중국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리창 총리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개혁개방 기조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민영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우리는 늘 개혁개방은 당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한 관건적 수단이었다고 말하는데, 제2의 100년 분투 목표(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를 실현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우리는 여전히 개혁의 밥을 먹고 개방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개혁개방을 흔들림 없이 심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리 총리는 또 앞으로 민영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국영·민영기업을 동시에 중시한다는 의미인 ‘두 개의 흔들림 없음’ 기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민영기업 발전 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고 발전의 공간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인들에 ‘야성적 충동’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리 총리는 “민영 기업인들이 새로운 창업 역사를 기록하고,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방에서 ‘피크차이나’론을 제기할 만큼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경제 성장궤도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와 내수 활성화를 꼽았다. 중국 당국은 재정적자비율 목표를 작년 2.8%에서 올해 3.0%로, 특수목적채권 발행한도는 지난해 3조6500억위안에서 올해 3조8000억위안으로 늘렸다. 인프라 투자 등을 확대해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팬데믹 기간 중국 경제 성장 엔진 역할을 했던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만큼 소비 활성화를 통해 중국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목표다. 양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주요 정책 중 첫 번째로 소비 확대를 제시한 이유다. 소비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60%에 육박했던 만큼 중국 당국은 올해 소비 쿠폰 발행, 전기차 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소비 활성화 정책들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팀 대부분 유임해 안정 기조 유지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리창 국무원 총리와 국무원 2인자로 선출된 딩쉐샹 상무부총리는 모두 시 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요직에 발탁됐다. 시 주석의 신뢰를 바탕으로 광폭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중앙정부에서 종합적인 경제대책을 수립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4명의 부총리 중 경제·금융 분야를 직접 담당하는 허리펑 역시 시 주석의 측근이다. 허 부총리의 경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을 맡으면서 중국 경제를 전체적으로 들여다본 경험이 있지만 금융 전공자로서 거시경제에 대한 안목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이번 집권 3기 출범 과정에서 기존 경제팀 멤버들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당초 교체가 예상됐던 이강 인민은행 총재, 류쿤 재정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이 모두 자리를 지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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