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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저작권 효자' K게임 휘청… 中점유율 1%P만 줄어도 5천억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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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임 제작사 펄어비스는 지난해 '검은사막 모바일'을 중국에서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기대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게임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에서 '판호'(게임 유통 허가)를 받아 정식 출시까지 이어진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출시 첫날 중국 앱스토어 게임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오래지 않아 매출 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당시 회사 측은 "실제 서비스 출시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많은 콘텐츠가 중국 사용자에게 미리 알려진 탓에 새로움을 주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지식재산권(IP) 무역수지가 불과 1년 만에 적자로 고꾸라진 대표적인 원인은 수출 효자 종목인 게임산업이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한국산 게임의 대표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문호를 걸어 잠근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중국은 최근 자국 시장 문을 다시 열기 시작했지만 수년에 걸친 '쇄국' 기간에 경쟁력을 키운 중국 게임사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국내 게임사들이 예전과 같은 수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이다.

24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수출액이 전년보다 19.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 폭인 18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개별 집계를 하진 않지만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의 절반 안팎을 게임산업이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게임산업 수출이 부진한 것이 무역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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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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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게임 수출 부진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영향이 컸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게임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이 한국산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2019~2021년 중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 게임은 3개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대중국 게임 수출은 기세가 꺾였다. 지난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수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5.2%에서 2021년 34.1%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즈옌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652억위안(약 50조원)으로 추정된다.

중국시장 점유율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매출 5000억원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대중국 IP 무역 흑자는 전년 25억8000만달러에서 작년 10억3000만달러로 1년 새 60% 급감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각각 한국 게임 7종과 5종에 대해 판호를 발급하며 자국 시장을 다시 열고 있다. 이에 한국 게임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중국 사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다만 시장 개방이 수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규모 판호 발급은 중국이 자국 시장과 게임사들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시장은 개방해도 될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한국 게임이 기존 게임 IP로는 중국 이용자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을 주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한령으로 판호 발급이 오랜 시간 지연되는 동안 중국 시장에 새로운 게임이 출시됐고, 중국 현지 사용자의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임 수익모델(BM)과 관련한 중국 당국의 규제 여건도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 정부는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며 게임산업 규제에 나서고 있다. 2019년부터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평일 하루 1시간30분, 주말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의 자국 게임 우선주의도 여전한 상황이다.

대중 게임 수출 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 둔화도 국내 IP 무역 적자에 일조했다. 김화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주요국 성장세 둔화와 정보기술(IT) 업종 불황 등 영향으로 저작권 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된 데다 산업재산권 적자 규모도 확대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IP 수지는 3억1000만달러 흑자였지만 하반기에는 16억4000만달러나 빠졌다.

다만 부진한 성적 가운데 K팝과 K드라마 수출은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 문화예술 저작권 무역수지는 5억95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 이용량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K팝과 웹툰 등도 인기를 끈 영향이다. 문화예술 저작권은 2020년 1억7000만달러로 처음 흑자로 전환한 뒤 2021년 4억1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46% 더 늘어난 6억달러를 기록해 3년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제는 미국 빌보드 차트 '터줏대감'이 된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등 K팝 그룹들의 약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등 음악·영상 저작권 수출이 크게 늘었다. K웹툰 역시 인기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문화 콘텐츠 중 웹툰 소비 비중은 28.6%로 모든 문화 콘텐츠 가운데 가장 높았다.

[류영욱 기자 / 김대기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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