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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상위 0.2% 몰리는 의대, 세계 의대 순위는 크게 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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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20년 8월 14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집단 총파업에 나선다. 서울 여의대로에서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전공의 상당수와 전임의 다수도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응급실, 분만실, 투석실, 입원환자 및 중환자 담당의 등 필수 의료 인력은 이번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해 응급 환자 등의 진료 공백은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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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23년 학문 분야별 세계 대학 순위’ 의학 분야에서 국내 순위가 가장 높은 서울대 의대가 세계 37위에 그쳤다. 순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다음이 연세대 의대 56위, 성균관대 의대 94위순이었다. 서울대 의대 순위가 낮은 것은 환자 치료 기술은 세계 수준까지 왔지만 의학 연구가 크게 미흡하고 특히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논문이 세계 151위로 하위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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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엔 의대만 갈 수 있다면 재수, 3수, 4수 등 몇 번이고 대입 시험을 보는 이른바 ‘N수생’이 넘쳐나고 의대에 보내겠다고 초등 의대 준비반이 성행할 정도다. 상위 1% 수험생들이 전국 의대를 차례로 채운 다음 다른 학과에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서울시 안에 있는 의대를 가려면 전국 0.2% 이내에 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서울대 화학공학과는 세계 17위, 카이스트 재료과학과는 18위였다.

대학 평가 기관이 매기는 순위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흐름과 추세는 보여준다. 한국 최고의 수재들이 다 모이는 의대가 그렇지 못한 타 분야에 비해 국제 경쟁력이 뒤진다면 그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다. 공대에 수재들이 몰릴 때 한국 제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금은 몇몇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의대는 최상위권 수재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지 20년이 넘었는데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의료 시장에 거의 존재감도 없다.

이제 한국 의료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의사과학자를 적극 키우고, 과감한 비대면 진료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연구 개발해야 한다. 해외 의료 시장 진출 여지도 크다. 한국 의료가 나라에 새 활로를 열어줬으면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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