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개발 초기 김대중 정부는 “북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없다”고 했다. 그러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핵을 공격용이라고 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정세현 전 통일장관도 “북핵은 남(南) 공격용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에 매년 쌀과 비료 수십만톤을 주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달러도 공급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면 ‘인공위성’이라고 감싸주었다.
북핵을 더 이상 감쌀 수 없게 되자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것이란 논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9년 트럼프를 이용해 핵 보유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바로 본색을 드러내고 초대형 방사포 등 ‘신종 무기 4종 세트’로 불리는 전술핵 실험을 시작했다. 이런 무기는 수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필요로 한다. 북이 대화 공세를 펴던 기간에도 대남 핵공격 수단의 개발을 멈춘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계속 주장하며 임기 말까지 북과의 ‘평화 이벤트’에 집착했다.
정치 세력이 안보 문제에서 견해를 달리할 수 있다. 북핵 개발 초기에 북의 목표를 모르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 명백해지면 생각을 바꾸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게 정당의 책무다. 여기에는 좌우가 있을 수 없다. 국민 생명과 나라 안위가 달린 문제에 무슨 좌우가 있나. 그런데 민주당은 북핵이 발전할 때마다 말과 논리를 바꾸면서 북한을 감싸고 있다. 북이 아니라 도리어 국내 정치 상대방 때문에 안보가 불안하다고 한다. 민주당은 북이 11년 전에 핵어뢰 개발을 시작했다는 발표에 대해 최소한 부끄러움이라도 느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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