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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확대경]'검수완박법 유효' 헌재 결정 후폭풍…"궤변" vs "당연한 귀결" 갈라진 법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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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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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며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축소·박탈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있었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헌재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헌재 결정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모순된 결정이자 궤변"라는 입장과 "헌법 원칙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헌재 "국회 정치적 형성권 존중…'검수완박법' 무효는 아냐"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23일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는 5 대 4로 기각했다. 헌재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는 게 아니라면 국회의 정치적 형성권은 존중해야 한다고 봤다.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었으나, 법안 자체는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청구인들이 이 사건 조정위원회의 의결 과정과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 과정에서 심의·표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의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청구인 법사위 위원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확인한 이상, 피청구인 법사위 위원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국회의 정치적 형성권을 존중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같은 날 헌재는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대해서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법무부 장관은 법무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검사에 대해 지휘·감독하지만 해당 개정안이 이러한 감독 권한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봤다.

검사에 대해서는 청구인적격이 인정됐지만 검수완박법 개정행위가 검사의 헌법상 권한(영장신청권)을 제한하지 않고, 국회의 입법행위로 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된 검사의 '법률상 권한(수사권·소추권)'이 법률개정행위로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식"…검찰·변호사단체 등도 '유감' 입장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식의 결정"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찰과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서도 "유감"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검찰청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 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5 대 4로 각하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위헌·위법이지만 (검수완박법이) 유효하다는 결론은 공감하긴 어렵다"며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판단을 안 하고 각하하는 등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헌법적 질문에 대해 실질적 답을 듣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단체도 잇따라 유감을 표했다.

20~30대 연령의 청년세대 변호사가 모여 21일 공식 출범한 단체인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절차의 정당성에 비춰 이번 헌재 판단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절차를 지켜야 국회가 만든 법과 제도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적법절차는 정파와 여야,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은 "헌재 결정은 과정과 절차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도 결과는 정당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결정이자 궤변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이며 파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권한이 있다"며 "수사지휘권은 수사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수사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각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를 100년 이상 후퇴시킨 위헌적 검수완박법에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민변 "헌재 결정은 수사권·소추권이 검사 전유물 아니라는 판단"

반면 "법리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며 헌재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진보 성향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헌재의 결정으로 수사권과 소추권이 검사의 전유물이 아니고 헌법이 검사에게 권한을 독점하게 하지 않았으며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며 "헌법상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 당연한 귀결"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그에 따른 검찰 수사의 축소는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역주행을 멈추고 국회가 마련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지금까지 권한쟁의 심판에서 법률을 무효라고 결정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법률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 (결정이 나오기 전에) 어느 정도 예측이 됐다"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낸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도 법리적으로 각하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남가언 기자 e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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