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6000만이 이 영상 봤다…여의도서 몽골춤 춰 대박 난 中청년 [사공관숙의 한국 속 중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라의 사귐은 국민 간의 친함에 있다(國之交在於民相親)". 한중이 또 다른 30년을 여는 첫해 2023년을 맞아,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에 자리잡은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중앙일보

SNS에 한국 길거리에서 추는 중국 전통춤 영상을 올려 화제몰이 중인 중국 무용가 마창성(馬昌盛·27)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길거리에서 중국 전통춤을 추는 한 청년이 중국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의도 공원, 신촌, 강남역 등 익숙한 거리에서 몽골족, 위구르족, 다이족 등의 민속춤과 중국 고전 무용을 선보이는데, 짧은 영상 속 '춤선'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중앙희극학원 출신으로 얼마 전 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과 석사 과정을 마친 마창성(馬昌盛᛫27)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학 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협업한 한᛫중 워크숍을 통해 한국 유학의 꿈을 키웠다는 마창성은 중국 유학생들 사이 이미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30만 팔로워에 인기 영상의 최고 조회수는 무려 6000만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인터뷰에서 마창성은 왕훙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무용가로 불리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고 한국어를 더 배워서 박사 학위를 딴 뒤 한국 무용단에 입단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이날 한᛫중 청년 간 문화 교류와 유학 생활 중 느낀 점에서 한᛫중 관계와 중국의 문화 전파에 대한 소신에 이르기까지 열혈 무용학도 마창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의도서 춘 몽골춤 영상 조회수만 6000만 회, 왕훙보단 무용가로 불리고 싶어



Q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 이름은 맥스(Max), 중국어로는 마창성이다. 장쑤(江蘇)성의 해안 도시 롄윈강(連雲港)에서 왔다. 학부는 중국 중앙희극학원(中央戲劇學院᛫중국 3대 예술 대학 중 하나) 무극공연(舞劇表演) 학과를 졸업했고, 석사는 한국 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2020년 8월 한국에 들어왔고 온 지는 벌써 3년 정도 됐다.

중앙일보

중국 무용가 마창성(馬昌盛·27)은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 30만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다. 여의도, 신촌, 강남역 등 한국 길거리에서 추는 중국 전통춤 영상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본인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중국 SNS에 올린 '한국 길거리에서 추는 중국 전통춤' 영상이 화제다

A : 더우인(抖音·중국판 틱톡)에 올린 몽골 전통춤 영상은 약 6000만 명 정도 본 것으로 안다. 좋아요는 160만 개가 넘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인플루언서(왕훙)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는 그저 길거리에서 전통춤을 추는 중국 청년일 뿐이다. 그냥 무용가로 불리고 싶다. 영상도 상업적인 목적 없이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와 올리게 됐다.

Q : 춤 영상을 올리게 된 계기가 있나?

A : 한국에 온 이후, 한국 사람 대부분이 중국 무용을 잘 모르고 본적도 없단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관심이나 이해가 더 적은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중국 전통춤을 배워온 나로서는 한국 친구들도 그 매력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SNS는 문화를 알리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 영상을 찍느라 서울 길거리에서 춤을 추다 보면 실제로 많은 분이 멈춰서서 박수와 환호를 보내준다. 내가 추는 게 어느 나라의 어떤 춤인지 와서 물어보는 분들도 많다.

중앙일보

중국 중앙희극학원 출신으로 얼마 전 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과 석사 과정을 마친 중국 무용가 마창성(馬昌盛·27)은 인터뷰에서 몸매나 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포용성 때문에 현대 무용을 더 좋아한다고 밝혔다. [사진 본인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저 무대가 좋았던 13살 꼬마, 전통 무용 넘어 현대 무용까지 섭렵하다







Q : 무용은 언제부터 배웠나?

A : 13살쯤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는 좀 늦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빠르면 5~7살, 늦어도 8~10살부터 무용을 배운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부터 춤이 좋았던 건 아니다. 무대가 좋아서 시작했다. 무대 위에서 뭔가를 하고, 또 관객들이 좋아해 주는 느낌을 즐겼던 것 같다. 내가 다녔던 예술학교에는 성악᛫악기᛫무용 등 여러 과목이 있었는데, 어릴 때는 노래 부르는 걸 제일 좋아했었다. 그런데 중국 무용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 심오함을 알게 됐고 결국 무용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Q : 대학교 때 중국 전통 무용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A : 그렇다. 사실 중국 전통 무용은 '고전 무용(古典舞)'과 '민족᛫민속 무용(民族民間舞)'으로 나뉜다. 고전 무용에는 '돈황무(敦煌舞)', '한당무(漢唐舞)' 등이 속하고, 민족᛫민속 무용은 중국 56개 민족의 특색이 담긴 춤이다.

중앙일보

SNS에 한국 길거리에서 추는 중국 전통춤 영상을 올려 화제몰이 중인 중국 무용가 마창성(馬昌盛·27)의 프로필 사진. [사진 본인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한국 전통 무용도 배운 적이 있나?

A : 중국에서는 무용 전공이면 대부분 학교에서 한족, 장(藏)족, 위구르족, 몽골족, 조선족 전통춤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친다. 학부 때 무극과 주임이신 선페이이(沈培藝) 교수님이 한국 전통 무용을 좋아하셔서 본인이 사사한 한국 무용계의 대가 김매자 선생님을 학교에 초청했었다. 사실 전공에서 배우는 조선족 전통춤과 한국 전통 무용은 좀 다른데, 우리는 운 좋게도 김매자 선생님께 직접 배울 수 있었다. 그때는 팬데믹 전이라 문화 교류가 상당히 잦고 또 서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Q :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 중 어떤 걸 더 좋아하나?

A : 나이가 들면서 보는 것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지다 보니 점점 현대 무용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전통 무용은 일종의 계승이기 때문에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배우고 또 그대로 따라 해야 한다. 똑같이 춰야만 잘 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현대 무용은 자기만의 생각대로 춤을 출 수 있다. 포용성도 더 크다. 몸매가 어떻든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중앙일보

중국 중앙희극학원 출신으로 얼마 전 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과 석사 과정을 마친 중국 무용가 마창성(馬昌盛·27)은 인터뷰에서 학부 시절 한중 무용 워크숍을 통해 유학의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사진 본인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부 당시 한예종과 진행한 한᛫중 워크숍에서 감명받아 한국 유학 결심



Q :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A :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한국 현대 무용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류 문화도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학부 때 우리 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간에 연극᛫현대 무용과 관련해서 한᛫중 공동 워크숍을 했는데, 당시 한국분들의 프로정신과 참신한 예술적 표현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원을 한국으로 왔다.

Q : 한국에 와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던데

A : 작년에 '무용여행(舞遊韓國)'이라는 한᛫중 무용 축제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한국과 중국 수강생들에게 몽골 전통춤을 가르쳤는데, 한국 학생들의 열정이 더 뜨거웠다. 이런 수업을 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또 교류할 좋은 기회라고 느꼈다. 같은 해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도 참가했는데, 감사하게도 현대무용 주니어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Q : 한국어는 어떻게 공부했나?

A : 한국에 오기 전에 반년 정도 일대일 과외로 배웠다. 막 왔을 때는 거의 초급 수준이었다. 한국어는 계속 배우고 싶어서 이번 새 학기에 한국어 어학당을 신청했다. 말하기 실력을 좀 더 늘리고 싶다. 한국어를 처음 배웠을 때 어순이 좀 달라서 어려웠다. 문화적인 차이랄까.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야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중앙일보

중국 무용가 마창성(馬昌盛·27)은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 30만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다. 여의도, 신촌, 강남역 등 한국 길거리에서 추는 중국 전통춤 영상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본인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에 아킬레스건 파열도, 힘든 시기 이겨낸 건 친구들 덕분







Q : 한국에서 가장 감동했던 순간은?

A : 한번은 춤을 격하게 추다가 아킬레스건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수술 후 발에 깁스해서 거동이 상당히 불편했다. 그때 친구들이 번갈아 가며 매일 집에 와서 영양식을 만들어주고, 내가 다 먹고 나면 설거지에 청소까지 다 해주고 갔다.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친구들이 정말 많이 보살펴줬다.

Q : 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A : 작년 콩쿠르를 준비할 때다. 당시 아킬레스건이 아직 회복 중이라 기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3월에 걸린 코로나 후유증까지 더해져 폐활량이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안무도 구상해야 했고, 물리치료를 하면서 계속 춤 연습을 해야 했다. 또 학교 과제도 틈틈이 제출해야 해서 정말 힘든 4개월을 보냈다. 수차례 포기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잘 버텨냈고 좋은 결과도 얻었다.

한국에 살면서 중국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은?

A : 음식이나 문화적으로 다른 점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게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매일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같은 옷을 이틀 입으면 밤새 집에 안 갔거나 외박한 걸로 오해하더라. 중국에서는 같은 옷을 며칠씩 입는 경우가 흔하다. 무용학과 학생들의 스타일 면에서도 한국 친구들은 각자의 개성이 더 강한 것 같고, 생각도 통통 튀고 훨씬 자유롭다. 그리고 항상 대담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매번 수업 때마다 어떻게 저런 독특한 생각을 할 수 있고 개성이 넘치는지 감탄할 때가 많았다.

Q : 팬데믹 시기는 어떻게 보냈나?

A : 예전에는 집에 잘 붙어있지 못한 성격이었는데, 이 시기 조용히 집에서 시간 보내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집에서 요리도 많이 해 먹었다. 한국 친구들을 초대해 산둥식 닭볶음 요리(山東炒雞)와 마라룽샤(麻辣龍蝦)도 만들어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중앙일보

SNS에 한국 길거리에서 추는 중국 전통춤 영상을 올려 화제몰이 중인 중국 무용가 마창성(馬昌盛·27)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중 문화 교류 줄어 아쉬움 커, 문화 수출 '짝사랑'처럼 일방적이면 오래 못 가







Q : 지금 가장 큰 고민은?

A : 가장 큰 문제는 언어다. 그래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도 또 어학원을 등록했다. 기회가 된다면 중앙대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싶다.

Q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A : 단기간의 목표는 박사과정 입학이다. 물론 너무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한국국립현대무용단 같은 현대무용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 들어가는 게 꿈이다. 모교인 중앙대 C2Dance 무용단의 안무가, 무용수들도 실력이 대단하다. 이런 곳에서 훌륭한 분들께 더 깊이 무용을 배우는 게 목표다. 팬데믹 이후 한᛫중 무용단 간의 교류와 협력도 돕고 싶다. 그리고 해외로 나가 더 멋진 무대에서 무용의 매력과 배움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한·중관계에 대한 생각과 바라는 점

A : 학부 시절 나는 한᛫중 공동 워크숍을 통해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개인적으로도 얻은 것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중 간 교류가 주춤하면서 요즘 학생들은 이런 배움과 체험의 기회조차 없는 게 너무 아쉽다. 내가 워크숍 당시 느꼈던 기쁨이나 감동을 요즘 친구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양국의 문화 교류가 빈번했던 시절을 직접 느껴봤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것 같다. 앞으로는 한·중 관계가 다시 좋아져서 한국의 우수한 문화도 중국에 소개하고, 또 한국 친구들도 중국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한국 유학 기간에 배운 프로의식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중국 학생들에게도 가르치고 싶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 더우인 영상을 찍으면서 많은 분이 중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국의 문화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준 것 같다. 한류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중국은 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데 비해 약간은 보수적인 것 같다. 그래서 나 한 명이라도 중국 문화와 전통 무용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데 열심히 기여하고 싶다. 문화 수출은 '연애'와 비슷한 것 같다. 짝사랑하듯이 한쪽에서만 쏟아부으면 오래 갈 수가 없다. 반드시 쌍방향 소통이 필요하다. 뭐든지 함께해야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