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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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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연극, K-팝처럼 관객 참여 있어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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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독특한 실험극을 보여준 적극 연출의 신작 ‘다페르튜토 쿼드’ [서울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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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대사도 없고, 스토리텔링도 없다. 객석도 없이 무대만 덩그러니 있다. 다만 이 공연에 입장하는 관객에겐 ‘주의사항’만 몇 가지 있다. “편안한 복장과 신발의 착용”, “가벼운 마음과 가벼운 짐으로의 방문”이 권장된다. ‘물품보관소 이용’은 필수다.

독특한 실험극을 보여준 적극 연출이 1년 간의 안식기를 보내고 다시 돌아왔다. ‘다페르튜토 쿼드’를 통해서다.

다페르튜토의 핵심은 '대립의 공존'‘다페르튜토(Dappertutto)’는 이탈리아로 ‘어디에나, 도처에’ 라는 뜻이다. 적극 연출은 그간 ‘다페르튜토’라는 이름으로 꾸준한 작업을 이어왔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라는 제목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 각 도시에서 무대를 올릴 때면 공연명은 ‘다페르튜토’ 뒤에 공연장 이름을 붙여서 짓는다. 이번 신작이 ‘다페르튜토 쿼드’(3월 28일~4월 16일까지)인 것은 이 작품이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돼서다.

최근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만난 적극 연출은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대립의 공존’”이라고 말했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대립의 공존’이 녹아들었다. ‘어디에나, 도처에’ 라는 뜻의 ‘탈장소성’을 가진 단어 옆에 ‘특정 장소’가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적극 연출은 “모순된 것들이 한 무대 안에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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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쿼드’ [서울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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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관객의 경계 허물어…온·오프 극장 함께 운영작품은 다소 불친절하다. 이야기는 ‘연금술사의 세계관’을 반영했다. ‘불, 물, 흙, 공기’의 4원소로 이뤄진 네 개의 막이 90분 동안 이어진다.

적극 연출은 “세상의 근원이 되는 4원소가 가진 운동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죽음의 운동성’을 안고 이어지며, 현대의 시공간으로 옮겨왔다. 작품에선 그것을 시위대의 화염병으로 보여준다. 죽음과 삶의 운동성은 그것 자체로 ‘대립의 공존’이다.

연극은 대사 한 마디 없이 음악과 오브제, 배우(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적극 연출은 “연극에선 화술이 중요한데, 내가 제안하는 화술은 문자”라며 “자막을 통해 화술을 제시해 장면을 압축적이고 쉽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작품의 가장 독창적인 점은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공연에서 극장은 무대 위 배우와 무대 밖 관객이 대립하는데, 적극 연출은 이 부분에서도 ‘대립의 공존’을 실현했다. 관객들은 자리를 이동하며 작품을 감상하고,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의 역할을 겸한다. 무대를 오가며 배우들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직접 촬영한 1분 짜리 공연 영상을 ‘쿼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극장의 형태도 허물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극장이 나란히 운영된다. 온라인엔 제작진이 미리 공개한 공연 촬영본과 관객들이 추후 올릴 공연 영상이 ‘대립의 공존’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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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쿼드’ [서울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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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연극, 관객 참여 있어야 완성적극 연출이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것은 새로운 시대의 연극을 고민하면서다.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각 방식은 멀미가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연극이) 그 체계를 반영하지 못하면 불리한 장르가 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K-팝에선 팬덤이 커버 댄스, 리믹스 음원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놀이 대상이 돼 확산하는 등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그런 현상이 흥미로워 공연에도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 촬영이라는 개입을 통해 수동적이었던 관객이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는 전환을 만든 것이다. 작품을 통해 관객은 배우와 같은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공연을 함께 만드는 제작진이 되기도 한다. 그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방향이 모두 다르다”며 “공연장에 오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시선의 기록이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 사이의 놀꺼리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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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쿼드’ [서울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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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작업은 지난 10년 간 꾸준히 이어온 적극 연출의 정체성이자 지향점이다. ‘연극의 재정립’, 나아가 ‘연극이라는 단어의 재정의’를 위해 기존의 연극 무대에서 벗어난 실험을 이어온 그는 관객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도출했다.

적극 연출은 “무대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지 제일 중요한 결과물은 아니다”며 “보는 사람(관객)이 관찰한 시선의 기록과 공유가 앞으로의 공연에서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이 시도를 통해 새로운 극장의 견해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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