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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윤경림 후보자 사퇴를 말리는 이유[김현아의 IT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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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주주가치 훼손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대

②국민 5만 8000여 명이 일하는 KT그룹 경영 초비상

③IT 업계와 정부에 미칠 후폭풍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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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사퇴를 공식화하고 있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윤 후보자가 사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월요일 아침 개장 전에 KT의 오너(owner·전체 주주들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다시 KT호의 선장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퇴 이유가 상식적이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그가 공식 사퇴하면(의안 변경 정정 공시를 하면) 세 가지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①주주가치 훼손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대 ②국민 5만 8000여 명이 일하는 KT그룹의 경영 초비상 상황 ③IT 업계와 정부에 미칠 후폭풍이 불가피합니다.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으니 힘들지 않겠냐 하는 얘기도 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주주와 임직원들의 상처를 다독이고 정부와 더 열심히 진정성 있게 소통하면 됩니다.

①주가 3만 원 대 아래로 추락…개인주주들 여전히 지지

사의 표명 보도가 이뤄진 23일 이후 KT 주가는 하락하고 있습니다. 어제(24일) 2만 9950원으로 장을 마감했죠. 3만 원 아래로 추락한 겁니다. 지난해 8월 1일 3만 8350원으로 시가총액 10조를 돌파했는데 좌초할 위기입니다.

KT 개인주주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더군요. 네이버 ‘KT주주모임’에서만 23일 23시 25분 현재 1.5%를 모아 윤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카페 게시자는 ‘우리는 중장기 배당투자와 가치투자를 추구한다. 현명한 결정이 잘 이뤄지길 바래본다’고 이야기합니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사의 표명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윤 후보자에 대해선 ISS·글래스루이스·서스틴베스트·한국ESG평가원 등이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 측면에서 문제 없다면서 ‘찬성’ 의견을 냈죠.

그럼에도 최종 사퇴한다면 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확대될 겁니다. 외국인 주주들은 공기업이 아닌데도 정부가 비정상적인 이유로 끌어내렸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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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미디어분야 지배구조(출처: 신한금융투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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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KT가 구멍가게냐?…KT 경영, 격랑 속으로


윤 후보의 거취 고민이 잇따라 보도되자, KT의 젊은 직원은 “KT가 구멍가게냐”고 한탄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본사에만 1만 8,000여 명이 근무하고, MZ세대 직원들도 있는 KT는 그저 빨랫줄 장사(네트워크 기반 통신사업)만 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물론 윤 후보자가 지난 7일 차기 CEO로 지명됐을 때 밝혔듯이 네트워크의 안정적 운용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로 우리나라 다른 산업들의 디지털 전환(DX)을 돕고 있는 부분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등과 원팀을 이루기도 했죠.

몇 시간 전 만난 경쟁사 미디어 부문 임원은 “솔직히 KT보다 2,3년은 뒤졌다”면서 “우영우를 성공시킨 것은 상호 비판이 가능한 문화 덕분인데, 넷플릭스에 대항해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이끄는 KT의 역할이 어찌될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사퇴가 결정되면 주총에서 윤 후보 CEO 선임 안건이 의안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 폐기됩니다. 정관과 사규에 따라 이후 CEO 직무대행은 박종욱 현 경영기획부문장이 맡게 되지만, 적어도 5월까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합니다.

차기 CEO도 원점에서 다시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참혹한 결과를 낳은 KT 이사회에 대한 안팎의 불신이 큰 상황이어서, 이를 돌파할 묘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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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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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IT 기업의 역동성은 어찌 되나?…검찰 수사 정당성 확보도 논란


KT의 위기는 통신 회사들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소위 ‘서비스’ 모델을 가진 플랫폼 기업들도 움츠러들긴 마찬가지죠. 공장을 짓고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은 정부로부터 칭찬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중심인 서비스 모델은 공짜로 보거나 약탈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죠.

디지털 기술은 역동적이고 자유로우며 다원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MZ세대들과 닮았죠. 하지만, 기존 산업의 기득권자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더 불안합니다.

‘통신이나 금융 같은 서비스는 돈을 벌지 말라’는 인식, ‘지분이 잘게 쪼개진 통신 기업의 CEO는 정부 개입이 정당하다’는 인식은 IT 기업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AI(인공지능)가 기반 기술화될수록, 국가 경제에서 현안으로 떠오를 서비스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됩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공감한 조선일보 사설을 언급합니다. 검찰 출입을 한 적이 없는 저로선 다소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수사권 남용은 해야 할 수사의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다(3월 24일 자)>에서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고 절차상 문제가 없는 KT CEO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검찰 수사 압박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문제는 있으나 제도로 개선해야지, 수사권이 남용되면 진짜 불법 수사의 정당성까지 퇴색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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