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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젤렌스키에 ‘필승 주걱’ 선물한 기시다···日서도 “부끄럽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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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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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필승 주걱(샤모지)’을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자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주걱을 선물했다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시가키 노리코 의원은 “(전쟁은) 선거나 스포츠가 아니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평화를 행하느냐다"고 질타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는데 "그 전장에 가서 필승이라니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선물의) 의미를 내가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대답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상회담 후 진행된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현 이쓰쿠시마에서 제작된 50㎝ 크기의 주걱과 종이학을 모티브로 만든 램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이 주걱은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당시 일본 병사들이 승리를 빌며 주걱을 이쓰쿠시마에 바쳐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크기가 큰 주걱에 필승, 장사번성, 부부원만 등을 적은 특산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밥을) 먹다'와 '(적을) 잡다'는 말의 읽는 법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행운과 복을 퍼담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야구·축구 등 운동경기에서 히로시마 대표팀이 응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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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칸스포츠는 “러일 전쟁 당시 일본은 러시아에 승리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에 의해 불합리한 침공을 계속 받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필승 주걱이 가지는 유래·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니냐는 견해가 정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일본 정계를 넘어 국민들도 이런 선물을 놓고 “부끄럽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네티즌은 “샤모지를 일본 야구 대표팀에 주면 상관없지만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은 센스가 없다”며 “이는 1000마리의 종이학 같은 건 일본 문화를 모르면 곤란한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에서 1000마리의 종이학은 행운을 기원하고 아픈 이들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여겨지는 상징이긴 하다. 지난달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당시에도 일본에서 종이학을 접어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이었던 지난 2015년 3월,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에서도 히로시마산 주걱을 선물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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