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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급할 거 없다" 주택시장 매도-매수자 줄다리기...짙어지는 관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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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집값이 '바닥'에 접근했다는 시각과 추가 하락할 것이란 의견이 맞서는 상황에서 매수자와 매수자간 희망 가격차가 벌어지면서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9% 정도 인하하면서 집주인이 내야 하는 보유세가 대폭 낮아졌다. 세금 부담이 덜어진 데다 집값 하락폭 축소와 급매물 소진으로 소위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매도호가가 높아졌고 경기둔화 우려, 금리인상 등으로 대기 매수자는 급하게 집을 사기보단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 집주인 "집값 바닥" vs 대기수요 "이 가격엔 안사"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급매물이 소진되고 매도호가가 높아지자 시장을 관망하려는 대기 매수자가 증가하고 있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던 주택 거래량이 4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1억~2억원 반등했다. 급매물이 소진되자 매도호가가 높아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뉴스핌

급매물 소진과 보유세 인하로 올해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핌=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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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하로 집주인들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지난 23일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8.6% 인하하면서 작년 대비 30~4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세집주인들은 세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한 금액이 처분하기보단 경기 회복기를 기다리겠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이하 전용면적) 보유세는 작년 314만원에서 올해 181만원으로 42.4% 줄어든다. 서울 성동구 '텐즈힐'의 같은 면적도 보유세가 351만원에서 209만원으로 40.5% 감소할 전망이다.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더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 강동역 부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보유세가 작년보다 30% 안팎 줄어드는 데다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돼 매도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며 "주변 둔촌주공 분양이 예상보다 선전했고 집값 '바닥론'까지 확산해 집 처분에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기 매수자들은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크고 경기둔화,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매도호가가 높아지면서 매수 희망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것도 관망세를 키우는 이유다.

◆ 금리인상, 경기둔화 등 불확실성 여전...관망세 확산 불가피

매도자와 매수자간 줄다리기 양상에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 거래량이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48건으로 2021년 10월(2198건)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섰다. 작년 10월(559건)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달은 분위기가 다소 차분하다.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79건으로 남은 기간을 감안해도 지난 2월 거래량을 돌파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급매물 소진 이후 매도호가가 높아지자 대기 매수자의 추격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와 금융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선을 그으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당분간 내리기 어려워졌다. 대출이자 부담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을 선언했고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드스위스(CS)가 부실 리스크로 매각되면서 은행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실물경기뿐 아니라 자산가격도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공시가격 인하에 따른 세부담이 하락으로 집주인들이 급하게 처분하기보다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금리 부담과 경기둔화 우려, 미분양 확산 등으로 매수심리를 자극할 요인도 부족해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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