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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생성형AI 中 독주 … 핵심특허 256건인데 한국 고작 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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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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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싸고 빅테크 산업과 개발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생태계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비롯해 구글(바드), 메타(라마) 등 빅테크가 AI 언어 모델의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는데도 바로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들 기업이 API를 공개하는 것은 자사 모델의 활용도를 높여 응용 AI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다. 2008년 아이폰(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고 애플이 수많은 개발자를 자사 생태계에 몰아넣어 '제국'을 건설한 것처럼, 이제 막 태동하는 AI 생태계를 선점하는 회사가 향후 십수 년을 호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AI 생태계 선점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연구, 특허 등 연구개발(R&D)에서의 기초체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초기 단계 연구개발이 미국, 중국 등 선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파악돼 차세대 글로벌 먹거리 사업으로 급부상한 생성형 AI 시장에서 미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신규 시장을 만들고 사업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상위 1% 연구논문·특허'가 부족하다는 것은 AI 생태계 조성에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AI 분야에서 생태계를 직접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아 스스로 해외 기업의 가두리 안에 들어가는 전략을 펼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생성형 AI 특허 및 연구 분석' 결과는 국가 간 AI 생태계 경쟁에서 크게 밀리는 한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연구 분석에 따르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용 수 기준 기업별 상위 1% 연구논문 순위에서 각각 118건, 103건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3위를 차지한 메타(47건)와도 큰 격차를 보인다. 상위 10위권을 살펴보면 미국 기업 6곳, 중국 기업 4곳이 포함됐다. 중국 기업으로는 바이두,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글로벌 기업 측면에서도 미·중 기업들이 생성형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인용 지수는 해당 연구가 후속 연구의 밑받침이 됐다는 점을 나타내 학술적 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지표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이 챗GPT 관련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이번 상위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삼성을 제외하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사업화와 직결되는 특허가 큰 격차를 보인 가운데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만이 상위 10% 특허를 52건 출원해 해당 분야 5위에 올랐다. 특히 전문가들은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생성형 AI' 분야에서의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을 확보한 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 스마트폰 태동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기업으로부터 검색·포털 시장을 지켜냈지만 새롭게 열릴 AI 생태계는 이와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생성형 AI의 경우 언어로 인한 정보의 장벽 자체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한국어 특화 서비스가 큰 의미가 없다.

최근 한국 스타트업들이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무수히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경쟁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생성형 AI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 자체가 부족하고, 일부 우수한 성과를 낸 논문들이 실험실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I 스타트업(비상장기업) 가운데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유니콘은 90개에 달했다. 그중 한국 스타트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김진우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간인데, 이러한 연구·특허·창업 생태계에서 한국이 한 스텝 늦은 감이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구글이 오픈AI와 MS의 대대적인 '생성형 AI' 선점 공세에 밀린 형국에서도 앞으로 충분히 반격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상당 기간에 걸쳐 축적한 기초연구 역량 때문이다. 이미 보유한 연구 성과와 특허를 실제 사업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2017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인공신경망학회(NIPS)에서 구글 리서치 연구진이 일명 '어텐션'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 AI학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문장 속 단어와 같은 순차적인 데이터 관계를 추적해 학습하는 인공신경망 '트랜스포머' 개념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사람처럼 문장 속에 떨어져 있는 단어의 속뜻을 찾아내고 맥락을 이해하는 AI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듬해 6월 오픈AI는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챗GPT의 근간이 되는 자연어 처리 기술 GPT-1을 내놓았다. 챗GPT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언어 모델의 70% 이상이 트랜스포머를 통해 개발됐다.

AI 학계에서는 트랜스포머를 '파운데이션 모델'로 부른다. AI가 언어 모델을 넘어 이미지·음성 인식, 신약 개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게임체인저' 연구라는 의미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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