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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산서 유해 40여구 발견…손목은 軍 '삐삐선'에 묶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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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배방읍 야산 방공호에서 한국전쟁 당시 학살당한 뒤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무더기로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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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진실화해위원회가 공개한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 유해발굴 현장. 사진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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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28일 아산시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전쟁 당시 생생한 집단 학살 상황을 국민께 알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산 방공호…소총 탄피·탄두도 발견



발굴 현장에서는 70여 년 전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온전한 형태 유해(유골) 40여 구와 유품이 다수 발견됐다. 유해는 대부분 건장한 남성으로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는 폭 3m, 깊이 14m의 방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묻혀 있었다. 유해는 무릎이 구부러지고 앉은 자세인 ‘L자 형태’를 보여 학살당한 뒤 좁은 방공호에 곧바로 매장된 것으로 발굴팀은 분석했다.

머리 위에는 녹슨 탄피가 얹혀 있었고 손목은 군용 전화선인 ‘삐삐선’으로 감긴 상태였다. 일부 유해는 손목뼈에 삐삐선이 줄줄이 연결돼 있었다. 현장에서는 학살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A1 소총 탄피(57개)와 탄두(3개), 카빈소총 탄피(15개),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했던 소총 99식 소총 탄피도 발견됐다. 유품으로는 단추와 벨트(9개), 신발(39개) 등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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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진실화해위원회가 공개한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 유해발굴 현장. [사진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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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아산시와 아산유족회가 성재산 방공호에서 진행한 시굴작업에서 일부 유해와 탄피가 발견되자 발굴에 나섰다. 작업은 지난 7일부터 20여 일간 성재산 방공호에서 진행됐다.



부역혐의 관련자·가족 학살 뒤 유기 추정



유해 발굴지는 1950년 10월 온양경찰서(현 아산경찰서) 업무가 정상화하면서 좌익 부역혐의 관련자와 가족 40~50여 명을 학살한 다음 시신을 유기한 장소로 추정되고 있다. 1951년 1·4후퇴 때 ‘도민증을 발급해준다’며 배방면사무소 옆 곡물창고 2곳과 모산역 부속창고에 부역혐의 관련자와 가족을 구금한 뒤 한 집에 남자아이 1명만 남겨 놓고 며칠간 수백명을 집단 학살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는 다음달 중순까지 세척 등 수습 작업을 마친 뒤 대전 산내 골령골에 조성 중인 산내평화공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진실화해위는 인근인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새지기 2지점에서 유해를 발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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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진실화해위원회가 공개한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 유해발굴 현장. [사진 진실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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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작업을 진행한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우종윤 원장은 “희생자 유골 발굴은 국가가 유족을 위로하는 차원”이라며 “희생자 영혼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전국 7곳에서 유해발굴 진행



한편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7월 ‘유해 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최종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국 6개 지역 7곳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 중이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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