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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풍, 20년 先투자 빛 봤다… 전자 계열사 최대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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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 안산시에 있는 영풍그룹의 코리아써키트 1공장. /영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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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이 20여년 전 인수한 전자 부문 계열사들의 실적이 약진하면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영풍그룹은 전자 부문 계열사들의 핵심인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데이터센터, 통신장비, 인공위성용 고부가가치 PCB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4294억원, 순이익 4155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23.6%, 순이익은 14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영풍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이 4조원을 넘은 것은 1949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장세준 영풍 부회장이 이끄는 코리아써키트와 인터플렉스, 테라닉스, 영풍전자 등 주로 PCB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전자 부문 계열사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영풍 전자 부문 매출은 1년 새 16.3% 증가한 2조9942억원을 기록, 전체 매출의 약 67%를 차지했다.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하는 시그네틱스의 매출까지 고려하면 전자·반도체 부문 매출(3조2818억원)이 영풍 전체 매출의 7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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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테라닉스의 한 직원이 인쇄회로기판(PCB)을 살펴보고 있다. /영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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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유원전자 인수로 전자 사업 첫발

영풍의 본업은 비철금속 제련이다. 1970년부터 현재까지 50년 넘게 경북 봉화군에 아연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규모인 석포제련소를 운영 중이다. 이런 영풍이 전자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석포제련소 인근 아연 광산이 폐광하면서 원료 수급이나 지리적 여건으로 제련업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영풍은 1995년 유원전자(현 영풍전자)를 인수하며 전자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유원전자는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를 만드는 회사였다. 이어 2000년 법정관리를 받던 시그네틱스를 인수했고, 2005년 코리아써키트와 자회사 인터플렉스, 테라닉스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자분야로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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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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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써키트는 모바일과 반도체용 PCB를 주로 만들고, 인터플렉스와 영풍전자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패널 등에 장착되는 FPCB를 생산한다. 테라닉스는 통신기기와 자동차 전장용 특수 PCB, 시그네틱스는 반도체 산업의 후공정인 패키징 사업이 주력이다. 계열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애플, 인텔, 브로드컴 등이 주요 고객사다.

PCB는 구리 회선이 가늘게 인쇄된 판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거나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가 전자제품의 두뇌라면 PCB는 전기 신호를 곳곳에 전달하고 연결해 주는 신경망 역할을 한다. PCB를 ‘전자산업의 신경’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영풍 관계자는 “‘철강업의 쌀’로 불리는 아연을 생산하던 영풍이 ‘전자산업의 신경’인 PCB 및 반도체 사업으로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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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 테라닉스의 한 직원이 인쇄회로기판(PCB)을 살펴보고 있다. /영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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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반도체·우주항공·자율주행 기업과 공급 계약

영풍의 전자·반도체 계열사는 인수 초기 실적 부진 등 부침을 겪었지만, 2010년대 전후로 정보기술(IT)·모바일기기 수요 급증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리아써키트와 인터플렉스, 영풍전자는 201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베트남에 잇달아 PCB 및 FPCB 제조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영풍 전자·반도체 계열사의 매출이 2005년 8200억원에서 지난해 3조2818억원으로 4배가량 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영풍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PCB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수익률을 개선할 계획이다. 코리아써키트는 2021년 고부가 PCB인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2000억 원을 들여 생산 설비를 확충했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첨단 고사양 PCB다. AI와 클라우드 등 빅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FC-BGA의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안정적인 수요처도 확보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6년간 월 1만6000장 규모의 FC-BGA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상대를 경영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으나,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추정된다. 또 영풍의 다른 전자 부문 계열사도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과 위성·우주항공, 자율주행 관련 기업으로부터 각각 통신 및 위성장비용 고다층 PCB 생산 의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요구사항에 대한 검증을 통과했고, 일부 테스트 물량을 선적한 상태로 전해졌다.

영풍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숙하면서 고부가 PCB를 중심으로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PCB 사업의 다각화와 고도화를 통해 양적 성장과 질적 변신을 달성하고, 이익률을 획기적으로 제고해 계열사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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