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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러시아 경제 장기 침체 위기… “내년에 자금 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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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정부의 세입은 줄어들었고, 투자 역시 줄어든 데다 징집으로 노동력 부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전략연구소의 마리아 샤기나 선임 연구원은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회복력을 갖췄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암울하다”고 말했다.

WSJ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한 것이 자충수로 작용했다고 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서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가스 가격이 급등했지만, 유럽연합(EU) 소속 국가가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았다.

조선비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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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러시아 세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천연가스와 석유 관련 수입이 줄었다. 지난 1~2월 러시아가 에너지를 수출해 벌어들인 수익은 전년 대비 46% 줄었다. 하지만 국가 지출은 같은 기간 50%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재정 적자는 악화했다. 올해 1~2월 러시아 재정 적자는 340억 달러 규모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5% 이상에 해당한다.

러시아의 적자는 원유와 천연가스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주력 제품인 우랄산 원유는 지난 2월, 배럴당 평균 49.56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수출 감소, 노동 시장 경색, 정부 지출 증가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2월 인플레이션은 작년 동월 대비 약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징집을 피하고자 러시아를 떠나며 노동력도 줄어들었다. 모스크바에 본부가 있는 가이다르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 산업계는 1993년 이래 최악의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인재들이 러시아를 떠났고,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30만 명의 군사 동원령을 내리면서 기업의 절반이 인력 부족에 직면했다.

러시아 소비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러시아의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 6.7% 감소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월 신차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 중앙은행 간부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러시아 경제가 장기적 침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러시아 에너지 재벌 올레그 데리파스카은 지난 2일 한 경제 콘퍼런스에서 “내년에는 러시아의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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