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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년만에 “계엄문건 진실 밝히겠다” 귀국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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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입국 직후 체포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입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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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국면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64)이 29일 입국해 검찰에 체포됐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오전 6시34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해 청사로 압송했다. 법원은 2018년 9월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 전 사령관의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그가 미국으로 출국해 집행하지 못했다.

체포된 상태로 입국장에 나온 조 전 사령관은 취재진에게 “계엄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계엄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를 통해서 계엄령 문건의 본질이 잘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5년간 귀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윗선 보고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고만 했다.

조 전 사령관은 박근혜씨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2017년 2~3월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해당 문건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8쪽짜리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 등으로 이뤄진 계엄문건의 존재는 군인권센터와 이철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7월 공개해 처음 알려졌다.

문건에는 박씨 탄핵 선고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서울 시내에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을 투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계엄사령부가 국가정보원과 국회 등 주요시설을 통제하고 KBS 등 언론의 보도를 사전 검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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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문건 의혹을 수사한 군·검 합동수사단이 2018년 11월 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대회의실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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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민간 검찰과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을 구성해 계엄문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핵심은 계엄문건이 실제 실행을 위해 작성된 것인지 여부였다. 그러나 합수단 수사는 2018년 11월 잠정 중단됐다. 조 전 사령관이 2017년 9월 전역 후 그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소재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기소중지 처분은 피의자의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잠시 멈추는 것이다. 조 전 사령관의 윗선으로 지목된 박근혜씨,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장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은 참고인중지 처분됐다.

합수단은 계엄문건 작성을 숨기기 위해 위장 TF를 만드는 등 허위공문서를 작성·행사한 혐의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소장)과 기우진 전 5처장(준장), 당시 방첩정책과정이었던 전모 중령을 기소했다. 전 모 중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고, 소 소장은 지난 2월 민간법원의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뒤집혀 10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 참모장이 사령관 지시에 따라 TF를 구성해 문건을 작성했다”고 적시했다. 조 전 사령관 또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한 것을 두고 정권교체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돌연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TF가 계엄문건 폭로는 군사비밀 유출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을 고발한 다음 날이었다.

계엄령 문건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은 즉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하고, 계엄문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이하 참고인중지된 이들의 신병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먼저 조사한 후 참고인중지된 이들에 대한 수사 재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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