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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계륵’이 된 오픈페이…카드사 추가 도입마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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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개월 넘었지만 고객은 외면…“회의론 지배적”

3월 합류 예정이던 BC카드 론칭 연기 “2분기로 밀려”

카드사 자세 미온적…경영전략 우선순위서 배제돼

“카드사들 애플페이 붙으면 오픈페이 사라질 수도”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인 ‘오픈페이(가칭)’를 출시한지 3개월이 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페이에 밀려 관심도에서 한참 멀어진 상태다. 더욱이 오픈페이 서비스 합류 예정이던 BC카드 등 나머지 카드사들의 추가 도입마저 줄줄이 밀리는 형국이다.

이데일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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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이달 중 오픈페이 서비스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BC카드 관계자는 “현재 오픈페이 관련 연동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니 계획보다 일정이 지연됐다”면서 “2분기 내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드업계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일찌감치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페이는 고객이 1개의 카드사 결제앱으로 카드사 구분 없이 모든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말 신한·KB국민·하나카드가 공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달 롯데카드도 오픈페이에 합류했다. 계획상으론 BC카드는 3월, 우리카드는 6월 중 서비스를 시작하고, NH농협카드는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카드 역시 오픈페이 진출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BC카드의 오픈페이 서비스가 순연되면서 나머지 카드사들의 서비스 도입마저 줄줄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카드사들이 오픈페이를 대하는 자세는 미온적이다. 우리카드는 올 상반기 론칭 예정인 오픈페이 서비스를 장담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카드는 상반기 안에 독자 결제망을 통한 독자 가맹점 개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카드는 지난해 8월 가맹점 식별 시스템 체계를 확보한 이후 지난달 자체 결제망 구축을 마무리했고 130만개를 목표로 가맹점 모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픈페이 서비스는 사실상 우선순위서 멀어진 상태다.

이는 카드업계가 애플페이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뚜렷한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서비스가 단순 상호 연동에 그치다 보니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등을 사용하는 고객을 유인할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지금으로선 애플페이 서비스를 언제 합류하느냐를 놓고 카드사들의 ‘눈치게임’이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일이었던 지난 21일 애플페이 등록 고객 수는 약 40만명 내외로 추정된다. 이처럼 애플페이에 대한 초기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1차 협력사인 현대카드 외 다른 카드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최대 걸림돌은 수수료 문제다. 애플이 현대카드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수준은 건당 0.15%로 알려졌다. 카드사 입장에선 섣부른 제휴가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셈법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삼성페이 역시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계기를 수수료 유료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에 대한 관심은 모든 카드사가 갖고 있지만 지금은 누구도 ‘한다, 안 한다’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삼성페이도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섣불리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픈페이와 관련해서는 “업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지배적”이라면서 “계륵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만일 신한카드나 국민카드 같이 덩치가 큰 카드사가 애플페이와 붙는다면 오픈페이는 빈 껍데기가 될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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